"딥러닝 기초 확립"…응용과학에 이례적 노벨상

노벨 물리학상에 'AI 대부' 존 홉필드·제프리 힌

존 홉필드, 인공신경망 최초 개발
뇌 구조 모방한 메커니즘 구현
물리학으로 AI 기술 토대 마련

제프리 힌턴, 생성 AI 시대 열어
오픈AI·구글의 LLM 개발 초석
얀 르쿤 등 제자들 일선서 활약
"AI 통제불능 대비" 위험성 경고
스웨덴 왕립과학원은 8일 2024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미국 과학자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91)와 영국 출신의 인지심리학자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76)를 선정했다. AFP연합뉴스
올해 노벨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미국 과학자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91)와 영국 출신 인지심리학자 제프리 힌턴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76)는 인공지능(AI) 분야 세계 최고 권위자다.

노벨위원회는 8일 “수상자들의 발견과 발명은 머신러닝의 기본 요소”라며 “이들의 연구는 입자물리학, 재료과학, 천체물리학 등 다양한 물리학 주제의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 사용됐다”고 평가했다. 엘렌 문스 노벨물리학상위원회 위원장은 “수상자들의 연구는 이미 큰 혜택을 주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물질을 개발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 신경망을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이들은 1980년대부터 인공신경망(ANN)을 연구해 왔다. ANN은 딥러닝의 기본 알고리즘이다. 딥러닝은 머신러닝보다 한 단계 더 진화한 AI 학습 모델을 말한다.

머신러닝은 예측치와 실제 값의 차이를 최소로 줄이는 통계수학 기술로 20세기 중반 나왔다. 딥러닝은 여기에 인간 뇌의 뉴런-시냅스 구조를 결합한 것이다. 일정 수준 이상의 자극이 가해질 때 전기 신호가 전파되는 뇌의 생화학적 메커니즘을 ‘가중치’ 데이터로 환산해 만든 AI 모델이다. 뇌의 뉴런에 해당하는 부분은 딥러닝에서 ‘노드’라고 한다.

홉필드는 원자 스핀이라는 물리학 개념을 써서 ‘홉필드 네트워크’를 개발했다. 원자 스핀은 위 또는 아래 방향으로 움직이는 전자를 감안해 원자 운동 상태를 표현한 것이다. 홉필드는 이 스핀을 마치 0, 1과 같이 노드를 껐다 켜는 ‘전원 버튼’으로 표현했다. ANN의 원형이 홉필드 네트워크다.힌턴 교수는 홉필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1985년 ‘볼츠만 머신’을 개발해 발표했다. 기체 확산을 설명하는 볼츠만 방정식과 홉필드 네트워크를 결합했다. 볼츠만 머신의 등장으로 ANN을 겹겹이 쌓는 게 가능해졌고, 이는 딥러닝으로 연결됐다. 볼츠만 머신은 수백~수천 개에 불과하던 ANN 노드를 수천억~수조 개 이상 단위로 확대하는 시작점이 됐다. 글로벌 산업 지형을 바꾸고 있는 생성형 AI 개발이 가능해진 것도 볼츠만 머신 덕이다.

힌턴은 토론토대 교수 시절 창업한 AI업체 DNN리서치가 2013년 구글에 인수된 뒤 구글 소속으로 연구 활동을 계속하다가 지난해 4월 AI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사표를 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지난 3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대규모언어모델(LLM)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말을 이해하고 있다”며 “10년 내 자율적으로 인간을 죽이는 로봇 병기가 등장할 것”이라며 AI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힌턴 교수의 제자들은 AI업계 최전선에서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 얀 르쿤 메타 수석AI과학자가 대표적이다. 그는 토론토대 힌턴 교수 연구실에서 박사 후 연구원을 지냈다. 2018년 힌턴 교수와 함께 튜링상을 수상하기도 했다.오픈AI 공동 창업자인 일리야 수츠케버도 힌턴 교수의 직속 제자로 분류된다. 그는 올해 오픈AI를 나와 세이프슈퍼인텔리전스란 스타트업을 창업해 안전한 AI를 연구 중이다. 이 밖에 애플의 AI연구 책임자로 일한 루슬란 살라후티노프와 딥마인드의 알렉스 그레이브스 등 다양한 AI 석학들이 힌턴 교수 밑에서 AI를 연구했다.

힌턴 교수는 이날 수상 직후 스웨덴 왕립과학원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AI는 인간의 지적 능력을 넘어설 것”이라며 “AI가 가져올 여러 가지 나쁜 결과, 특히 이것들이 통제 불능 상태가 될 수 있는 위협에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노벨상을 받을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매우 놀랐다”며 “오늘 MRI 검사를 받으러 가기로 했는데 취소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강경주/이해성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