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어 선생님' 월급 얼만지 봤더니…"먹고 살기 어려워요"

직장갑질119, 한글날 맞아 설문조사
"한국어교원 10명 중 9명은 생계유지 어려워…휴가도 못써"
한글날을 맞아 광주 북구청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자음, 모음 종이를 벽에 붙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어 교원 10명 중 9명 이상은 현재 소득이 생계유지에 부족하고 지난해 연차휴가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온라인노조 추진위원회와 한국어교원협회는 한글날을 맞아 대학 어학당, 유·초·중·고, 가족센터 등에서 일하는 한국어교원을 대상으로 8월 26일부터 9월 13일까지 노동실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9일 밝혔다.설문에 응답한 524명 가운데 95.2%는 현재 소득이 생계유지에 '충분하지 않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은 월 급여가 200만원을 밑돌았다. 10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15.7%, 100만원 이상~200만원 미만을 받는다는 응답자가 39.7%였다.

임금이 적어 가족의 소득에 의지한다는 응답자가 53.4%에 달했고, 별도의 경제 활동을 한다는 응답도 39.2%를 차지했다. 지난해 연차 휴가를 사용한 적 없다는 응답자도 93.4%에 달했다. 83.8%는 아플 때 유급 병가를 사용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정규직 또는 무기계약직으로 일하는 한국어 교원은 전체 응답자의 23.3%에 불과했다. 59.9%가 기간제 계약직으로 일했고, 14.5%는 위촉·도급·용역·파견 등의 간접 고용 형태였다. '가족이나 지인이 한국어 교원으로 근무하고자 한다면 이 일을 추천하겠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88.1%가 추천하지 않겠다고 답했다.한국어 교원을 추천하지 않는 이유로 응답자들은 "먹고 살기 어려워서", "고학력 저임금 노동자가 되니까", "육아휴직·국민연금 등 노동자의 권리를 사용할 수 없으니까" 등의 답변을 내놨다고 직장갑질119 측은 전했다.

설문조사를 담당한 대학노조 연세대 한국어학당 최수근 전 지부장은 "'한국어 세계화'라는 허울 좋은 정부 정책의 그늘에서 한국어 교육 노동자들은 저임금과 고용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