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서 태어난 연극의 '서울행'…가을 맞아 ‘대한민국은 공연 중’

10~11월 ‘2024 대한민국은 공연 중’ 개최
공연시장 활성화 목적으로 올해 처음 열려

‘옥이가 오면’ 등 지역 예술단체 작품 서울로
예술의전당, 청와대 야외무대 등에서 관객 만나
'2024 대한민국은 공연 중' 기간 예술의전당에서 선보이는 극단 파람불의 '옥이가 오면'. /문체부 제공
팔순 넘은 황 노인은 요즘 자꾸만 기억을 잃는다. 전쟁 통에 내려와 맨몸으로 집안을 일으킨 그는 이제 요실금으로 마루를 적시는 등 가족의 골칫거리가 됐다. 그나마 황 노인을 돌보는 간병인 옥이가 믿음직해 다행스럽지만, 문제는 그치질 않는다. 황 노인이 옥이를 과거 연모하던 연인으로 여기며 집안은 또 한바탕 들썩인다.

극단 파람불의 연극 ‘옥이가 오면’의 줄거리다. 파람불은 이 작품을 들고 지난해 국내 최대 규모 연극제 ‘대한민국연극제’에 강원 지역 대표팀으로 나가 금상을 거머쥐었다. ‘치매 걸린 노인의 눈으로 본 세상은 추억과 현실이 교차한다’는 내용과 연출이 작품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이 작품은 2022년 초연됐지만, 공연 애호가 사이에서 크게 알려지진 않았다. 파람불이 강원도 속초에서 활동하는 지역 예술단체인 터라 공연 관람 인구가 많은 서울·수도권까지 작품을 유통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극단 홍시의 '이별의 말도 없이'. /문체부 제공
속초 바닷바람을 맞으며 기획된 이 작품이 태백산맥을 넘어 서울 예술의전당에 상륙한다. 지난 4일부터 전국에서 열리고 있는 공연예술 축제 ‘대한민국은 공연 중’을 통해서다. 극단76의 ‘관객모독’, 극단 코너스톤의 ‘맹’ 등과 함께 ‘또 한 번 빛나는-연극’을 주제로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열리는 6편의 공연으로 뽑혀 오는 11월 8일 무대에서 관객과 만난다. 김강석 극단 파람불 대표는 “예술의전당이라는 공간이 주는 힘이 있지 않느냐”며 “배우들도 갈고 닦은 공연을 선보이는 데 큰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올해 처음 개최하는 ‘대한민국은 공연 중’은 대한민국 곳곳에서 열리는 전국 단위 공연 페스티벌이다. 지난달 글로벌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을 계기로 전국에서 열린 전시, 비엔날레를 묶은 ‘대한민국 미술축제’처럼, 서울아트마켓·서울국제공연예술제·웰컴대학로 등 주요 공연행사가 이어지는 공연 성수기인 10~11월에 전국 각지에서 다채로운 공연을 선보여 침체된 공연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마련됐다 . 예술의전당, 국립극장을 비롯한 주요 공연장과 청와대 헬기장, 마로니에 공원, 청계천 등 야외무대에서 연극, 무용, 클래식, 국악을 아우르는 140편의 공연이 동시다발로 열린다.
안다미로아트컴퍼니 '문' 공연 장면. /문체부 제공
이 행사는 지역 예술작품들이 서울을 찾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공연계의 평가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강원, 김해, 대전, 광주 등 지역 기반 극단과 음악가, 무용가들의 작품이 시도 경계를 넘어 관객과 만나기 때문.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지역 예술인들이 작품을 열심히 만들어도 실제로 관객과 만나기 쉽지 않다”며 “예술가들이 어디서 활동하건 대중의 주목을 받고, 나아가 해외 무대까지 연결되도록 준비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파람불을 비롯해 지역예술단체 8곳이 서울 주요 공연장에서 더 큰 무대로의 도약을 꿈꾼다. 대전 극단 홍시의 ‘이별의 발도 없이’와 안다미로아트컴퍼니 ‘문’이 각각 10월26~27일, 11월10일에 예술의전당 무대에 오른다. 경남 김해 지역의 극단 이루마의 음악극 ‘당신이 좋아’와 부산 오오씨어터가 전래동화 별주부전을 재해석한 가족뮤지컬 ‘토장군을 찾아라’가 오는 19일 청와대 헬기장 야외무대에서 펼쳐지는 ‘가을 음악회’에서 가족 단위 나들이객과 만난다.
'2024 대한민국은 공연 중' 메인 포스터. /문체부 제공
한편 문체부는 이번 축제를 계기로 공연예술단체에 대한 전반적인 지원 체계를 점검해 공연예술 분야 활성화와 우수한 작품의 해외진출을 도모하겠단 방침이다. 유인촌 장관은 “내년부터는 공연예술계 국내유통과 해외진출을 위한 큰 장(場)이 열릴 수 있도록 성장시키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는 오는 11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메세나 기업, 지역공연 관계자 등과 ‘2024 대한민국은 공연 중’ 환영행사를 연다.

유승목 기자

한국경제신문-(재)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기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