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南연결 도로·철도 다 끊고, 요새화 공사"

물리적 단절 조치 공식화

"남쪽 국경 영구적으로 차단
충돌 방지 위해 미군에 통지"
일각 "탈북자 감시 위한 조치"
합참 "혹독한 고립 초래할 것"

개헌 발표엔 '2국가론' 언급없어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가 9일부터 요새화 공사를 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파주 오두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황해북도 개풍군 일대. 연합뉴스
북한이 남측과 연결되는 도로·철도를 끊고 ‘남쪽 국경’을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한다고 9일 발표했다. 지난해 말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국가론’을 내세운 이후 추진해 온 남측과의 물리적 단절 조치를 공식화하며 ‘적대적’ 관계를 굳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북한 조선인민군 총참모부는 보도문을 통해 “9일부터 대한민국과 연결된 우리 측 지역의 도로와 철길을 완전히 끊어버리고 견고한 방어축성물로 요새화하는 공사가 진행된다”고 밝혔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총참모부는 요새화 공사를 두고 “제반 정세하에서 우리 군대가 제1의 적대국, 불변의 주적인 대한민국과 접한 남쪽 국경을 영구적으로 차단, 봉쇄하는 것은 전쟁 억제와 공화국의 안전 수호를 위한 자위적 조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대는 오해와 우발적 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의도로 미군 측에 전화통지문을 발송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유엔군사령부에도 같은 내용의 통지문을 보낸 것으로 파악됐다.

김정은이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남북 관계를 정의한 뒤 북한은 올초부터 군사분계선(MDL) 일대에 대전차 방벽을 쌓고 지뢰를 매설하는 등 남한과의 단절 조치를 진행해 왔다. 다만 그동안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는 않았다. 그사이 지난 8월 군인 한 명이 강원도 고성 MDL을 넘어 귀순했고, 같은 달 주민 한 명이 서해 교동도를 걸어서 남쪽으로 넘어오는 등 북한 당국이 탈북 문제로 골머리를 앓은 것으로 전해졌다.이 때문에 이번 발표는 김정은의 지시 사항을 이행하면서 최근 늘어나는 탈북을 막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과의 단절·차단 조치를 공식화했다는 의미”라며 “한국과 미국의 적대적 위협 태도를 명분으로 부각하며 장벽 설치를 휴전선 전반으로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북한이 미군 측에 통지문을 보낸 것을 두고 한·미 관계를 갈라치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도발과 긴장의 책임을 한국에 돌리고, 자신들은 충돌을 원치 않는다는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을 바라지 않는 미국에 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이날 북한 발표와 관련해 “실패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감에서 비롯한 궁여지책에 불과하며, 앞으로 더욱 혹독한 고립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북한은 지난 7~8일 최고인민회의를 열어 개헌을 단행했다. 하지만 이날 북한 공식 발표에는 그동안 예상되던 ‘2국가론’ 관련 개헌 내용이 언급되지 않아 실제 ‘통일 삭제’ ‘영토 조항 신설’ 같은 조치가 이뤄졌는지는 분석이 엇갈린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총참모부 발표에서 9일이라는 구체적 날짜를 거론한 점 등을 보면 최고인민회의에서 영토 조항이 포함됐으나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은 계속해서 거친 언사를 쏟아내며 대남 대결 구도를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이달 초 두 차례의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실명을 언급하며 ‘온전치 못한 사람’ ‘핵무기 등 모든 공격력을 사용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김종우 기자 jong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