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증시 MSCI 편입되려면, 공매도 재개해야"

한국 관찰대상국 지정 피했지만
FTSE "공매도 규제 해결" 압박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 스톡익스체인지(FTSE)로부터 관찰대상국 지정을 피하게 됐다. 하지만 FTSE는 공매도가 재개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8일(현지시간) FTSE 러셀은 하반기 정례 시장 분류에서 한국 증시를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지 않기로 했다. FTSE 러셀은 런던증권거래소그룹(LSEG)의 자회사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과 함께 세계 3대 지수산출기관으로 꼽힌다.FTSE 러셀은 각국의 증시를 선진시장, 선진 신흥시장, 신흥시장, 프런티어시장 등 네 단계로 분류한다. 한국은 2009년 선진시장에 편입돼 15년간 지위를 유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정부가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자 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FTSE 러셀은 관찰대상국 지정 후 일정 기간 감시를 거쳐 증시 등급을 하향할 수 있다. 한국 증시가 선진시장에서 빠지면 FTSE 지수를 추종하는 유럽과 홍콩계 자금이 이탈할 수 있다.

FTSE 러셀은 공매도 금지가 시장의 효율성을 해치고 건전한 가격 형성 기능을 저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찰대상국 지정을 유예한 것은 정부가 내년 3월 공매도를 재개하겠다고 공언한 만큼 이를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금지는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MSCI는 FTSE와 달리 한국 증시를 선진시장이 아니라 신흥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한국은 2008년 선진국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올랐지만 승격에 잇따라 실패하다가 2014년에는 관찰대상국에서도 제외된 바 있다. 지난 6월 발표한 ‘2024년 시장 분류’에서도 신흥국으로 유지됐고, 시장 접근성 평가에서 공매도 제도에 대한 항목은 ‘플러스’에서 개선 필요를 뜻하는 ‘마이너스’로 변경됐다.한국 증시가 MSCI 선진국 지수에 포함되면 이 지수를 추종하는 글로벌 펀드 자금이 국내에 유입돼 증시 부양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한국이 이 지수 편입 시 560억달러(약 75조원)가 유입될 것으로 추정했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공매도는 거래량을 증가시키고 주가의 이상 급등 현상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며 “주요국 중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p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