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으로 구원 받았노라"…에단 호크가 자서전처럼 펴낸 소설 [서평]


에단 호크 지음
김승욱 옮김
다산책방
344쪽 / 1만7000원
영화 ‘비포 선라이즈’ ‘비포 선셋’ 등 ‘비포’ 3부작으로 유명해진 할리우드 배우 에단 호크. 연기파 배우이자 감독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그가 20년 만에 세 번째 장편 소설 <완전한 구원>을 내놨다.
앞서 출간된 두 권의 소설에서 독자들은 ‘배우 에단 호크’의 흔적을 찾으려 애썼다. 절망한 그는 더 이상 소설을 쓰지 않기로 다짐했다. 고민에 빠져 있던 호크에게 한 출판 관계자가 “당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를 쓰라”고 조언했고, 이에 따라 세 번째 소설을 완성했다. 이번 책을 내놓기까지 20년이 걸린 이유다. 소설은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한다. 연극 무대는 호크가 배우로서 태어난 곳이다. 영화를 열심히 찍는 동안에도 틈틈이 연극 활동을 해온 호크는 자신이 가장 잘 아는 이야기인 연기를 주제로 글을 쓰기로 했다.

<완전한 구원>은 32세 스타 배우 윌리엄 하딩이 인생의 정체기에서 겪는 성장통을 예술로 극복하는 내용이다. 하딩은 셰익스피어의 ‘헨리 4세’에서 홋스퍼 역을 맡아 브로드웨이 연극 데뷔를 앞뒀다.

완벽한 커리어의 정점을 찍기 하루 전, 그의 외도로 파탄 난 결혼 생활이 언론과 SNS에 퍼진다. 가족은 물론 동료 배우, 연출가, 심지어 택시 기사까지 하딩에게 훈계를 늘어놓는다. 집에서 쫓겨난 그는 호텔에서 지내게 된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을 잃은 그는 괴로움을 잊기 위한 방편으로 술을 마시고, 마약에도 손을 대지만 아무 소용이 없다. 결국 그를 구원한 것은 연극. 연기하는 사람이라는 정체성만 남은 하딩은 연극 무대에서 유명인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는 본연의 상태가 되기 위해 몸부림친다. 이를 통해 자신을 벗어나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찾고자 한다.

첫 공연을 마친 다음 날, 뉴욕타임스로부터 ‘완벽한 작품의 유일한 문제점’이라는 혹평을 듣지만 하딩은 좌절하지 않는다. 연기의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 더욱 고군분투한다. 반항적인 역할에 현실의 분노를 실어 과하게 연기한 그는 결국 성대가 찢어지고, 수술을 마친 뒤 바로 무대에 오른 하딩은 그 고통을 이용한 연기로 관객을 열광시킨다.

그의 욕망은 소설 속에서 내내 생생하게 드러난다. 책은 이를 보여주면서 불륜을 저지른 이혼남이자 사회적 명망이 추락한 하딩의 인생이 다시 복구돼 가는 과정을 그려낸다. 타인과 이혼 문제로 고통받는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자기 자신이 문제임을 깨달은 그를 통해 이미 일어난 일을 되돌릴 수는 없지만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긴다.작가는 싫어하겠지만 소설 속 주인공에게 호크가 투영된 듯한 느낌은 지울 수 없다. 마치 자화상을 그려낸 것 같다. 연극을 통해 완전히 구원받은 하딩처럼 호크는 껍데기를 벗어던지고 상처를 치유해나가면서 성장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그 자리에 자신의 정체성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그 자리에 아무것도 없다는 걸 알게 되겠지. 만약 우리가 그 공허함을 받아들이고 그 안을 들여다본다면, 한없이 깊은 그 어두운 우물 안에 평화가 있다는 걸 알게 될지도 몰라. 자아가 없는 건 무서운 일이 아니야. 안도할 일이지. 거짓말을 옹호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는 것처럼…. 존재하지도 않는 현실, 그러니까 너 자신을 옹호하는 건 그만둬.”

이금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