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스타 감독의 '충격 발표'…"뒤통수 맞았다" 축구팬 분노

'낭만 감독' 클롭, 레드불 사단 사령탑으로
축구 상업화 비판해왔던 족적에 팬들 충격
"영혼 팔이", "위선자", "배신자" 맹비난
위르겐 클롭. / 사진=AFP, 연합뉴스
축구의 상업화를 비판해왔던 '낭만 감독' 위르겐 클롭(57) 전 리버풀 감독이 에너지 음료 회사인 '레드불 사단'에 합류했다는 소식에 전 세계 축구 팬들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레드불은 9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클롭 전 감독이 2025년 1월 1일부터 레드불의 글로벌 사커 책임자를 맡는다"며 "클롭 전 감독은 레드불 글로벌 사커의 네트워크를 관장하게 된다. 클럽들의 전략적인 비전을 제시하고, 사령탑들의 교육에도 기여할 예정"이라고 했다.클롭 전 감독의 레드불 사단행(行) 소식은 전 세계 축구 팬들에게 충격적인 소식으로 다가왔다. 특히 독일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분노에 가까운 격앙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바로 레드불이 거대 자본을 앞세워 독일 축구계를 어지럽혔다는 비판을 받고 있어서다.

레드불은 2009년 독일 5부리그 클럽이던 SSV마르크란슈테트를 인수하면서 구단명을 'RB 라이프치히'로 이름을 바꿨다. 독일에서 모기업을 구단명에 넣는다는 것은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로 평가된다. 이 가운데 레드불이 "RB는 레드불이 아닌 라젠발(RasenBall)의 약자"라고 해명하면서 부정 여론은 더욱 거세졌다.

이후 레드불은 라이프치히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인수 약 6년 만에 분데스리가로 승격시키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레드불과 라이프치히의 승승장구는 분데스리가 팬들로부터 더욱 미운 시선을 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레드불은 라이프치히뿐만 아니라, 오스트리아 레드 잘츠부르크, 미국 메이저리그 사커 뉴욕 레드불 등 여러 구단을 보유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반면 독일 출신의 클롭 전 감독은 축구의 정통성을 중시하는 '낭만 감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클롭 전 감독은 축구계의 극심한 상업화와 지나치게 높은 액수의 이적료 등을 비판해온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레드불의 이미지와는 정반대였던 셈이다. 이에 전 세계 축구 팬들 사이에서는 "뒤통수가 얼얼하다"는 반응이 나왔고, 독일에서는 "영혼 팔이"라는 수위 높은 비난까지 공공연하게 쏟아졌다.

독일 베를리너차이퉁은 이날 '왜 위르겐 클롭이 레드불로 이적해 자신의 기념비를 파괴하는가'라는 제목의 보도를 통해 "클롭은 항상 팬, 전통, 유대감을 중요시하는 사람으로 보여져 왔다"며 "그는 지금 그가 주장해왔던 모든 것들을 빠르게 내던져 버리고 있다. 레드불로 이적함으로써 그는 영혼을 팔아넘겼다. 무엇보다 더 이상 축구계에 낭만 따위는 없으며, 돈에 굶주린 비즈니스만이 남아있음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고 했다.

영국 BBC도 이날 클롭 전 감독이 이끌었던 독일 분데스리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팬들이 클롭 전 감독의 레드불 이적에 격분했다고 전하면서 "클롭 감독은 레드불에서 글로벌 축구 책임자로 임명된 뒤 독일 서포터들 사이에서 평판이 바닥으로 추락했다"고 했다. 매체에 따르면 팬들은 클롭 전 감독을 향해 "도르트문트는 드디어 클롭 감독의 시절을 잊을 수 있게 됐다", "스포츠를 방해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 "위선자", "배신자" 등 비판을 쏟아냈다.클롭 전 감독은 레드불 홈페이지를 통해 "25년 가까이 사령탑을 맡아왔지만,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할 수 있게 돼 기쁘다"라며 "나의 역할은 바뀌겠지만 축구에 대한 열정은 바뀌지 않았다. 레드불에 합류해 놀라운 축구 재능을 가진 선수들을 발전시키고 지원하고 싶다"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