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한약방 가요?"…쌍화탕 팔아 월 1200만원씩 버는 부부 [방준식의 N잡 시대]

'서울약재소' 류종혁,신혜림 부부
코로나 이후로 매출 80% 급감 위기
라이브커머스 통해 직접 판매 나서
"스몰브랜드 만들어 제2도약 꿈 꿔"
"한약방 매출이 반토막이 됐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한의원을 찾는 발길이 줄어들었어요. 한의원 약재 납품 매출이 80%에 달했었는데 살길이 막막했죠. 손 놓고 있을 바엔 직접 고객들에게 팔아보자는 생각에 라이브커머스를 시작했죠. 처음에는 자신감도 있었는데, 시청자가 안 들어오더군요. 혼자서 떠들 수도 없고 댓글 반응도 없어 망했죠.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까짓것 자신이 해보겠다고 도전했지만 마찬가지였어요. 그대로 포기하지 말자는 생각에 부부가 함께 3개월 동안 꾸준히 방송하자 점차 입소문이 났어요. 이제는 작은 브랜드까지 만들어 매달 1200만원을 벌고 있죠. (웃음)"
한방 약재 브랜드 '서울약재소'를 운영하고 있는 류종혁(오른쪽),신혜림 부부.
한방 의료 이용 감소세가 뚜렷하다. 복지부가 3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2021년 통계조사에 따르면, 평생 한방 의료를 이용한 적이 있는 국민은 69%로 2017년 대비 4.8%로 감소했다. 또한 19세 미만의 한방 의료 이용 경험도 16.9%에 그쳤다. 한방의료기관 치료법 중 가장 비싸다고 생각하는 치료법으로 '첩약'을 꼽았다. 한의원 이용 감소세로 타격을 입은 한 '작은 한약방'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단순히 약재를 납품하는 것을 넘어 자체 브랜드를 통해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매출도 급상승하고 있다. 라이브커머스 플랫폼 그립에서 활동하고 있는 류종혁 씨의 이야기다.Q.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한방 약재 브랜드 '서울약재소'를 운영하는 류종혁(43)입니다. 부모님께서 한약방을 운영하셨는데, 주로 한의원에 한약재를 납품하거나 일반 약재를 만드는 일이었죠. 군대를 전역하고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일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로 벌써 약방을 운영한 지 15년이 됐죠."

Q. 초기에 애로사항이 많았다고요.
"한약방의 고객은 크게 한의원과 일반고객으로 나뉩니다. 한의원 약재 납품 매출이 80%에 달할 정도로 비중이 컸었죠. 하지만 코로나 전후로 많은 게 달라졌어요. 사람들이 이동을 못 하다 보니 병원도 잘 안 가게 되면서 월매출이 반토막 이하로 떨어지게 됐죠. 이대로는 안 되겠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약방도 온라인 마켓으로 진출하지 못하면 더는 가망이 없다고 느꼈었죠."
서울에서 50년 동안 류종혁 씨의 부친 류기증씨가 운영했던 '용우약업사'의 외관. 현재는 은평구 구산동에 '서울약재소'로 이름을 바꿨다.
Q. 온라인 판매로 나섰다고요.
"일반 고객들을 상대하다 보면 자주 듣는 질문들이 있어요. 대부분 사람은 한약재의 효능을 잘 모른 채 한의사의 말만 믿고 먹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어디가 아픈데 어떤 한약재를 먹어야 하는지, 어디에 좋은지,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많더라고요. 이 사람들이 아프기 전에 한방 의약품을 찾게 하고 싶었죠. 건강관리용 한약 제품 브랜드를 만들고 싶습니다. 하지만 스마트스토어를 뚫으려면 광고비를 들이거나 팔로어를 늘려야 했는데 이름 없는 소규모 브랜드들에는 문턱이 높았죠."Q. 라이브커머스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2021년 정부 지원 사업을 우연히 접했어요. 중소기업유통센터에서 라이브커머스 사업자와 매칭해주고, 연습할 수 있는 교육과 체험 기회를 제공해 주었습니다. 쇼호스트와 함께 조명과 세트장이 갖춰진 환경에서 첫 방송을 시작했는데, 카메라를 보기도 어렵고 제품을 설명하는 것도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떨려서 말을 제대로 못 했고, 결국 쇼호스트가 거의 1시간 동안 진행하셨습니다. 제 답변도 단답형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어요. 정부 사업 특성상 쇼호스트는 처음 1회만 지원해주셨기 때문에 이후부터는 저 혼자서 모든 것을 진행해야만 했죠. 대본도 직접 써야 하고 방송에 사용할 사진도 고르고 해야 할 것들이 많았죠. 그렇게 방송했는데 시청자가 거의 없었어요. 사람도 없는데 혼자서 계속 떠들기도 힘들고 댓글 반응도 없었죠. 결국 5개월 동안 방송을 쉬었습니다. (웃음)"

Q. 재도전하시게 된 계기가 있나요.
"아내가 등을 떠밀었죠. 제 방송을 지켜보더니 '왜 시작해놓고 안 하냐, 칼을 뽑았으면 감초라도 썰어라.'는 식으로요. 보다 못한 아내가 자신이 직접 방송을 해보겠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아내도 방송을 시작하고 10분 넘게 아무도 들어오지 않자 결국 멘붕에 빠졌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다시 2022년 3월 정부 지원 사업을 통해 제대로 재교육을 받아보자 결심했습니다. 라이브커머스 재수생이 된 거죠. (웃음)"
한방 약재 브랜드 '서울약재소'를 운영하고 있는 류종혁(오른쪽),신혜림 부부.
Q. 처음과 다른 점이 있었나요.
"첫 번째 교육은 단순히 방송 경험에 초점을 맞췄었지만, 두 번째는 전체적으로 더 디테일하게 방향을 잡아주더라고요. 쇼호스트 3명과 관계자 5명이 참여해서 하나하나 세심하게 가르쳐주셨고, 쇼호스트와 9시간 동안 소통하며 부족했던 점과 고민하던 부분들에 대해 많은 조언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들은 조언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3개월 꾸준히 해봐라.'는 말이었어요. 플랫폼 시청자들도 저라는 사람을 인지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어요. '여러 이 시간에 항상 한약재를 파네, 맛있어 보이네'처럼요. 꾸준하게 방송을 하다 보면 나를 인지할 것이고 제품을 궁금해할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어요. 생각해보면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모르는 사람 물건을 덜컥 사줄 고객은 없잖아요. 그렇게 3개월 동안 부부가 함께 꾸준히 방송하게 됐죠."Q. 전략이 있었다고요.
"가장 먼저 저희만의 브랜드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순히 제품이 아니라 아버지가 하셨던 업의 역사성까지 담아 '서울약재소'를 만들었죠. 그다음에는 포지셔닝이었습니다. 한방 제품은 건강기능식이나 일반식품, 의약품으로 혼동하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일반식품 쪽으로 포지셔닝했어요. 이미 다른 분야에서 잘하는 전문 브랜드들이 많았기 때문에 저는 기능성 효과보다는 몸에 영양을 채워주는 역할에 집중하고 싶었습니다. 한약재는 보통 아플 때 먹잖아요, 저는 건강할 때 건강을 더욱 지키기를 원하는 이들이 자주 먹게 만들고 싶었어요. 비타민 음료나, 보리차나 결명자차처럼요. 일반 식품용이 문턱도 낮아요. 예를 들어 감초의 경우, 의약품용과 식품용이 다릅니다. 의약품용 감초는 한약도 매사 자격증이 있어야 취급이 가능하지만, 식품용 감초는 누구나 팔 수 있죠."

Q. 주력제품은 무엇인가요.
"쌍화차가 메인 제품입니다. 기본적으로 감기나 피로해소제 용도로 쓰이죠. 기존 제품과 다른 점은 레시피가 송나라 때부터 내려온 방식이라는 거예요. 차별점은 3시간 달이고 포장하는 대신, 18시간 우린 후에 4시간을 더 달이고 있어요. 중간에 김을 빼는 노하우도 있어서 기존 상용 제품보다 맛이 부드럽고, 실온에 두면 자연스럽게 달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주로 40·50대 여성분들이 주 고객입니다. 자녀나 부모를 모시는 분들이 찾으세요. 육아하거나, 신랑 출근시키고 힘들어하시는 분들. 설거지 하고 아침 준비하면서 저희 방송을 보시죠. 한약방이지만 사랑방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보통 방송을 타고 들어오시고, 기웃기웃하시다 인사 건네시고 물건을 사주시죠. 라이브커머스 판매 노하우가 우리네 옛 전통시장과 비슷하죠. (웃음)"
서울약재소의 매장 내부 모습. 한약재를 우려낸 쌍화탕이 베스트셀러 제품이라고 한다.
Q. 매출은 어떤가요.
"봄, 가을, 겨울이 성수기이고 명절이 피크 시즌입니다. 이번 추석에는 1주일 동안 6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40팩 한 박스 기준으로 140박스가 판매되었죠. 지난 명절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성과였습니다. 과거에는 한약방과 일반판매 비중이 8대2였다면, 최근에는 3대7로 온라인 판매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한약방 판매 비중이 줄어든 이유는 한의원에서 보약을 드시는 분들이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어요."Q. 작은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던 비결이 있나요.
"일반 오프라인 판매는 네이버나 쿠팡처럼 장소가 정해져 있지만, 라이브커머스는 시공간의 제약이 없어서 타겟팅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요. 온라인 마켓의 경우 광고 등 마케팅 비용이 들어가지만, 라이브커머스는 꾸준히 시청자들이 들어와 광고비가 들지 않죠. 평균 1시간 방송을 하면 100명 정도가 시청하고, 그중에서 약 5%가 구매를 해주십니다. 최근에는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신제품 개발하고 있는데, 제품 아이디어도 방송을 통해 고객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얻고 있죠. 작은 브랜드가 시장조사에 시간과 돈을 들이지 않고도 제품을 판매하면서 시장의 요구를 파악할 수 있죠."

Q. 마지막으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코로나로 매출이 반토막이 났을 때, 정말 매우 어려웠습니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을 고민하다 방송을 시켰죠. 비록 초보 때는 어렵고 할 일이 많았지만, 빨리 시작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습니다. 만약 조금 더 빨리 시작했다면 위기를 더 잘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팁을 드리자면, 겁먹지 말고 꾸준히 시도해보세요. 너무 많이 고민하다 보면 실행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시작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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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준식 기자 silv00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