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북한서 왔다고 다 소문낼 거야"…탈북소녀 두 번 울렸다

"북한에선 화장은커녕 씻는 것도 사치"
비욘드 유토피아 포스터 사진=네이버 영화
"저는 한국에 와서 메이크업도 하고 다니는데, 북한에 있는 친구들은 메이크업은커녕 씻는 것도 제대로 못 해요. 씻지 못해 냄새나는 친구들도 있지만 서로 이해하며 사는 거죠."

10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2019년 탈북한 노진해 양은 유엔이 지정한 '세계 여아의 날'을 하루 앞두고 남북관계관리단에서 개최한 간담회에서 북한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노 양은 북한에서 배선공 일을 하는 아버지와 장마당에서 돈을 번 어머니 덕에 다른 친구들에 비해 유복하게 살았지만, 샤워만큼은 밖에서 떠온 물로 온 가족이 다 같이 해야 하는 사치에 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가 끝나면 풀을 캐러 산에 가거나, 그 풀을 팔러 가는 친구들도 있었다"며 "그런 친구들 집에 가보면 못 산다는 게 티가 날 정도로 아주 힘들어 보였다. 노력으로 해결될 일이 아니란 걸 아니까 마음이 더 아프다"고 설명했다.

노 양은 학교에서 한겨울에 학생들에게 김일성 동상 청소를 시키면서 패딩도 못 입게 하고, 헌화를 강요하면서 값비싼 꽃을 사비로 사게 만들어 억울했다며 북한은 "진짜 살기 힘든 나라였다"고 토로했다.노 양은 남한에서 북한이탈주민으로 사는 게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그는 "한 번은 목숨을 걸고 탈북하는 과정을 친구에게 털어놨더니, 그 친구가 소문을 내겠다며 협박한 적이 있었다"며 "너무 슬펐다"고 울먹이기도 했다.

노 양은 어머니 우영복(54) 씨와 함께 북한에서 탈출해 남한에 오기까지 중국, 베트남, 라오스 등을 횡단한 여정을 다룬 2023년 개봉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했다.

한편 통일부는 '세계 여아의 날'을 계기로 한국 사회에 정착한 탈북 여아들의 미래를 응원하고 북한의 여성, 여아들의 열악한 인권 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이번 간담회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