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로봇 조종한 지 5분만에 '상처부위 봉합'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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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빈치' 직접 써보니…“고무줄로 매듭을 한번 지어 보세요. 어렵지 않을 겁니다.”
항공기 운전석 같은 곳에 앉아
렌즈에 눈 대자 수술부위 보여
조종콘솔 잡고 고무줄 매듭 묶어
외과의 수술영상 분석 플랫폼도
"젊은 의사 실력 빠르게 향상될 것"
미국 서니베일 인튜이티브서지컬 본사에서 인간 모형 더미를 대상으로 ‘가짜 집도’가 시작됐다. 사람 복부를 그대로 본뜬 모형 안에는 작은 돌기가 수십 개 돋은 손바닥만 한 판이 놓여 있었다. 그 위로 지름 3㎜에 불과한 고무줄이 불규칙하게 끼워졌다. 회사 관계자에게 수술로봇 다빈치에 관해 간단한 설명을 듣고 조종간을 잡았다.접안렌즈에 눈을 대자 눈앞에서 ‘수술 부위’를 보는 듯한 광경이 펼쳐졌다. 현미경처럼 초점을 잡으려고 애쓸 필요가 없었다. 배율도 10배율까지 자유롭게 조절 가능했다. 고화질 3차원(3D) 화면으로 로봇 팔이 움직이는 깊이감까지 파악할 수 있었다. 내친김에 곧바로 조종에 도전했다. 콘솔에는 엄지와 검지로 잡는 ‘그리퍼’가 있었다. 손을 집게 모양으로 한 채 조종간에 올려놓자 ‘덜컥’ 하는 느낌과 함께 로봇 팔이 움직였다.
엄지와 검지가 움직이는 대로 로봇 팔 끝에 달린 수술 집게가 따라서 동작하기 시작했다. 미셸 포숑 인튜이티브서지컬 매니저는 “로봇 팔은 위아래 좌우 5㎝ 정도로만 움직이는 중”이라며 “사람 손보다 훨씬 미세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고무줄로 매듭을 지어보길 권했다. 고무줄 두 개를 로봇 팔 양쪽에 끼워 넣고, 이를 교차로 당겨 ‘맞매듭’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고전을 예상했지만 집게들이 섬세하게 움직이며 조종간을 잡은 지 5분도 되지 않아 고무줄을 묶는 데 성공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은 영상을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컴퓨터 비전 기술을 활용해 최근 새로운 디지털 솔루션을 내놨다. 수술 영상을 분석해 집도의의 숙련도를 평가하는 ‘마이 인튜이티브’다. 마이 인튜이티브는 수술이 끝난 뒤 총수술 시간, 수술 기구 교체 횟수, 기구별 사용 시간, 로봇 팔의 움직임 등을 기록한다. 이후 데이터를 활용해 같은 수술을 가장 빠르게 마친 상위 10% 의사 등과 비교해 준다. ‘당신의 수술 시간 78분, 상위 10%의 수술 시간 53분’ 등으로 평가한다. 훈련용으로도 쓸 수 있다. 의사가 수술 중 봉합 기구를 사용한 시간이 과도하게 길면 봉합 시뮬레이션 훈련을 권하는 식이다.이는 수술 데이터를 통해 의사 간 기술 격차를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크리스 피츠패트릭 인튜이티브서지컬 디지털제품 아시아총괄은 “의사 간 기술력 같은 변동성을 줄이면 세계 어디에 있든 고품질 수술을 재현할 수 있다”며 “환자의 회복 속도도 빨라지고, 점차 높아지고 있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니베일=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