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에 몰린 고려아연의 반격…공개매수가 90만원대로 올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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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K 연합과 가격 같으면 불리현재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격과 MBK 연합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은 83만원으로 동일하지만 상황은 MBK 연합이 유리하다. MBK 연합의 공개매수 종료일(14일)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일(23일)보다 빠르다. 투자자 입장에선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한 뒤 나머지 지분을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팔아도 된다. MBK 연합은 공개매수 최저 매입 한도가 없앤 만큼 14일 마감 때 지분 5% 이상만 확보해도 경영권을 가져올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11일 이사회에서 공개매수가격을 올리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손을 놓고 있으면 사실상 패배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만 공개매수가격을 어디까지 올릴지가 관건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배당 개념이라 이에 응한 이들은 양도소득세가 아니라 배당소득세를 내야 한다. 금융소득종합과세가 적용되는 고액 자산가와 해외 기관투자가에게는 같은 가격이라면 MBK 연합의 공개매수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이들을 유인하려면 고려아연은 공개매수가격을 90만원대 중반까지 높여야 한다.
다만 공개매수가격을 대폭 상향 조정하면 최 회장과 이에 동의한 이사진의 배임 리스크가 커진다. MBK 연합은 경영권 분쟁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주가가 높게 형성된 상황에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공개매수해 소각하는 건 회사 경영에 해를 끼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MBK 연합이 “회사를 망가뜨리는 가격 경쟁에서 발을 빼겠다”고 먼저 선을 그으면서 최 회장 측의 배임 리스크가 더욱 부각된 상황이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나친 공개매수가격 경쟁을 자제하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내놨다는 점도 최 회장에게는 작지 않은 부담이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날 1.68% 오른 78만9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박종관/김우섭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