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늪' 지방은행, 몸집 줄이기 사활…"시내 텃밭 지점까지 통폐합"

'PF 직격' 상반기 부실채권 1.4조

부산은행, 전국 9곳 지점 통폐합
경남·광주은행도 1곳씩 줄이기로

"제4인뱅 허가땐 경쟁 더욱 격화"
연체율 상승 등 악재에 휘청이고 있는 지방은행들이 영업점 통폐합에 나섰다. 부산은행은 텃밭인 부산시에서도 점포 축소 등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지역 고객의 금융 접근성 확보를 위해 영업점 폐쇄를 자제해온 지방은행들이 경영 악화로 군살 빼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통폐합 대상이 된 지방은행 점포는 총 12곳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충성도 높은 지역 고객을 위해 점포 축소를 자제해온 지방은행들의 경영 전략이 바뀐 것이다.

부산 대구(현 iM뱅크) 경남 광주 전북 제주 등 6개 지방은행 점포 수는 2013년 972개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줄곧 줄어드는 추세였다. 2022년 말 790곳까지 줄어들며 처음으로 800곳 선이 무너졌다. 인터넷 전문은행의 등장으로 모바일 뱅킹 등 비대면 거래 비중이 높아지면서다. 하지만 영업점 축소로 불편을 겪는 지역 고객의 불만이 커지자 지방은행들이 점포 축소를 자제하면서 6개 지방은행 점포는 작년 말 813개로 오히려 소폭 증가했다.

올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고금리 장기화로 대출 연체액이 급증한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여파로 경영 위기감이 높아진 탓이다.부산은행의 경우 올 연말까지 총 9개 점포를 통폐합하기로 했다. 부산은행은 핵심 지역 거점인 부산 시내 점포를 대거 줄이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송도와 영선동, 메트로시티, 수영민락역지점 등이 문을 닫는다.

이 밖에도 경남은행은 진주, 전북은행은 전주, 광주은행은 광주 등에 있던 점포 한 곳씩을 연내 폐점하겠다고 예고했다. 한 지방은행 개인영업담당 부행장은 “금융 접근성 보장을 위해 점포 축소를 마지막 경영 개선 수단으로 보고 있지만 수익성을 감안할 때 유지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지방은행뿐만 아니라 전 은행권에서도 지역 점포를 줄여나가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이헌승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4대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저축은행 점포 수는 총 3837곳으로 4년 전인 2020년(4488곳)보다 651곳 감소했다. 점포가 가장 많이 줄어든 비수도권 지역은 대구(55곳)였다. 이어 부산(48곳), 경남(32곳), 경북(23곳), 인천(20곳), 전남(18곳) 순으로 문을 닫은 점포가 많았다. 전국 은행 점포의 50.8%가 서울(32.4%) 경기(18.5%) 등 수도권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몸집 축소 움직임에도 쌓여가는 연체는 지방은행들의 골칫거리다. 6개 지방은행의 올 상반기 기준 고정이하여신은 1조4287억원에 달했다. 전년 동기(9431억원) 대비 51.5% 증가한 수치다. 부실채권이 늘어나며 지방은행의 연체율도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 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6개 지방은행의 연체율은 올 6월 말 기준 0.67%로 집계됐다. 시중은행 연체율(0.29%)을 두 배 이상 웃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