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北의 남북 연결 철도 파괴

“북한은 이참에 한몫 단단히 잡으려 하는 것 같았다.” 김대중 정부 때 남북한 철도·도로 연결을 위해 대북 협상에 나섰던 한 당국자의 회고다. 그는 “북한은 철도 건설에 소요되는 자재와 장비 외에 별도의 시멘트와 페인트, 비료 등도 요구했다”며 “햇볕정책을 등에 업고 숙원을 해결하려는 듯 리스트를 꺼냈다”고 했다.

끊어진 남북한 철도와 도로 연결 문제는 1992년 ‘남북 간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 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처음 등장했다. 본격화한 것은 2000년 6월 남북한 정상회담 직후 열린 장관급 회담에서 양측이 복구에 합의하면서다. 2002년 9월 18일 경의선과 동해선 착공식이 동시에 열렸다. 경의선 철도는 2003년 말 완공돼 2007년 문산~개성 구간에서 화물열차가 주중 1회 운행하기도 했다. 동해선 철도는 2005년 고성 제진~금강산역 구간이 연결됐지만, 강릉~제진 구간은 미연결 상태다. 경의선 운행과 동해선 추가 건설은 이명박 정부 들어 북측의 남측 관광객 피격 사건으로 정지됐다. 2018년 12월 ‘동·서해선 남북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착공식’을 했으나 미·북 간 ‘하노이 노딜’로 소강상태를 맞았다.북한은 지난해 말 경의선·동해선 육로에 지뢰를 매설하고, 올해 3월 가로등도 철거했다. 이어 경의선과 동해선 침목을 뽑고 철로 철거 작업에 착수하더니 도로와 철도를 완전히 끊고 남쪽 국경을 차단·봉쇄하는 요새화 공사를 진행한다고 선언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2022년 1월 5일 북한이 미사일 도발한 날 남북한 철도 연결에 대해 ‘철의 실크로드’ ‘남북 경제 협력의 기반’ ‘대륙을 향한 우리의 꿈’이라고 한 게 허망한 꿈이 됐다.

분명히 짚어야 할 것은 2002년부터 2008년까지 경의선과 동해선 북측 구간 철도와 도로, 관련 시설 건설에 필요한 자재, 장비 등 우리 정부가 지원한 현물 차관 규모가 1억3290만달러(약 1875억원)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자, 지연배상금을 더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 우리 돈으로 지어놓고 북한 멋대로 훼손하고 있는 것이다. 반드시 책임을 물어 남측 돈을 화수분처럼 여기는 못된 습성을 고쳐야 한다.

홍영식 한국경제매거진 전문위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