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추가 '빅컷' 기대 사라져…증시는 차분

9월 FOMC 의사록 공개

빅컷·스몰컷 놓고 위원들 설전
향후 금리인하 속도 늦춰질 수도
내달 동결 가능성까지 제기
시장 "인하 가능성 여전" 해석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을 단행했을 때 위원들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스몰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주장하는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이 다수 제기되면서 금리 인하 속도를 둘러싼 위원들 간 이견이 맞붙었기 때문이다.

위원들 간 이견으로 Fed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얻으면서 다음달 금리가 동결될 수 있다는 전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도 점진적인 금리 인하 가능성에 무게중심을 두고 투자 전략을 짜고 있다.

○Fed, 9월 빅컷·스몰컷 놓고 양분

9일(현지시간) 공개된 지난달 FOMC 의사록에 따르면 Fed가 빅컷을 결정하긴 했지만 빅컷이냐, 스몰컷이냐를 두고 마지막까지 위원들은 양보 없는 설전을 벌였다. 일부 위원은 제약적 통화정책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놀라울 정도로 회복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점진적으로 금리를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사록은 “일부(some) 위원은 이번 회의에서 0.25%포인트 인하를 선호한다고 언급했으며 소수(a few)의 다른 위원은 그런 결정을 지지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고 밝혔다. 또 “여러 참석자는 0.25%포인트 인하가 통화정책 정상화의 점진적인 경로와 일치한다고 언급했다”며 “이는 경제가 진전되면서 정책 입안자에게 정책 제약의 정도를 평가할 시간을 줄 수 있다”고 했다.

데릭 탕 LH마이어 이코노미스트는 “매파적 위원들의 다수는 0.25%포인트 인하를 원한 채 회의에 참석했다”며 “의사록을 보면 거의 모두가 빅컷을 지지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해석했다.Fed는 지난달 18일 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종전 연 5.25~5.5%에서 연 4.75~5.0%로 0.5%포인트 인하하며 통화 완화 사이클에 들어섰다. FOMC 위원 19명 중 금리 결정 투표권이 있는 위원은 12명이다. 이 중 미셸 보먼 Fed 이사만 빅컷에 반대표를 던졌다. 하지만 지난달 FOMC 의사록을 보면 투표 전 논의 과정에서 상당수 위원이 스몰컷을 주장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미국 경제 진단과 향후 전망에서 위원들 간 의견이 서로 달랐다는 의미다.

이날 FOMC 의사록 공개에도 뉴욕 주요 증시는 일제히 상승 마감했다. S&P500지수와 다우지수는 모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S&P500지수는 7거래일, 다우지수는 3거래일 만에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점점 높아지는 금리 동결 전망

FOMC 의사록 공개 후 시장 참여자들은 향후 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데 베팅하고 있다. 실제 Fed 다른 위원들이 점진적인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기도 했다. 로리 로건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에너지 콘퍼런스에서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면 전체적으로 과도한 수요가 발생하고 인플레이션이 다시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경계하며 “금융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금리 인하 행보를 점진적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연방은행 총재 역시 최근 뉴욕대 행사 연설에서 “현재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을 너무 빨리 완화하는 데 드는 비용이 너무 늦게 완화하는 데 드는 비용보다 더 크다고 생각한다”며 “정책금리를 점진적으로 추가 인하하는 게 적절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FOMC 의사록이 공개된 후 다음달 금리 동결 전망은 높아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올 11월 FOMC 회의에서 Fed가 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을 15.3%로 보고 있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금리 동결 가능성은 제로(0)였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