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문학상 작가 작품이 유해 도서?…'채식주의자' 폐기 논란

사진=연합뉴스
소설가 한강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가운데 앞서 경기도교육청이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청소년 유해 성교육 도서'로 지정해 폐기를 권고한 사실이 다시 주목받으며 관련 민원까지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교육청이 더불어민주당 강민정 의원실에 제출한 '성교육 도서 폐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도의 학교 도서관에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라는 명목으로 2528권이 폐기 처리됐다. 폐기된 책 목록에는 한강 작가에게 부커상을 안겨준 '채식주의자'도 포함돼 있어 논란이 됐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해 11월 ''성 관련 도서를 폐기하는 것을 권고한다'는 내용의 공문이 각 학교에 내려보냈다. 경기도교육청이 지정한 '청소년에게 부적절한 성교육 도서'는 517종으로 '채식주의자'를 비롯해 이상문학상을 받은 최진영 작가의 '구의 증명', tvN '알쓸신잡' 시리즈의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가 집필해 50만부 넘게 팔린 학습동화 시리즈 '인간은 외모에 집착한다' 등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논란에 대해 경기도교육청 측은 "일부 단체가 학교에 무분별하게 공문을 보내, 성교육 도서 폐기를 요구한 것"이라며 "교육청은 학교 현장에서 어떻게 관리되고 있는지 현황을 단순 조사한 것이지 폐기하라는 지시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문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경기도교육청의 '채식주의자' 폐기 논란은 재점화됐다. 한 네티즌은 국민신문고를 통해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조속히 초, 중, 고등학교 도서관에 다시 배치하고, 청소년들의 권장 도서로 지정하여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경기도교육청에 제기했다고 밝혔다.민원인은 "'채식주의자'는 2007년 출간된 한강의 연작소설로 지난 2016년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안겨준 작품"이라며 "가족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가부장의 폭력에 대한 비판이 두드러지며, 사회적 제약에서 시작하여 인간의 한계까지 넘어 식물적인 삶의 모습을 보여주는 주인공과 사회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고 전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도 10일 한강 작가의 수상 소식이 알려진 직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는 아주대 총장 시절 '총장 북클럽' 모임에서 읽었던 책 중 하나"라며 "학생들과 함께 책을 선정하고 한 달 뒤 토론하는 모임이었는데, 작품에 대한 소회를 나누면서 어려움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면서 축하 메시지를 게재했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