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길 '출국'만 열렸나"…여행수지 적자 행진 언제까지?

8월 여행수지 적자 14억2000만달러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 적자폭 확대
여행수입, 여행지급 대비 2배↑
여행 관련 이미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직장인 김대현 씨(37)는 지난 8월 광복절 연휴에 베트남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하루만 연차를 내면 4일 쉴 수 있어 일찌감치 해외여행을 준비했다고 했다. 김 씨는 "연휴가 생기면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국내보다 경비가 적게 들 때도 있다"며 "올해는 연차를 하루 이틀만 써도 길게 쉴 수 있는 날이 많아 1년 전부터 해외여행 계획을 세워뒀다"고 말했다.

여름철 해외여행객이 늘어나면서 여행수지 적자 폭이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방한 외국인 수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전 대비 99% 수준으로 회복했지만, 씀씀이가 달라진 데다 여름 성수기 이후 잇따른 황금연휴에 급증한 해외여행객도 여행수지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정부가 내수 활성화 취지로 나선 공휴일 확대가 해외여행 수요를 더 높여 여행수지 적자에서 벗어나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14일 한국은행과 여행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여행수지 적자는 14억2000만달러다. 여름철 해외여행 성수기 영향으로 적자 폭이 7월(-12억6000만달러)보다 1억6000만달러 확대됐다. 8월 방한 외국인 관광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여행수입)은 14만4200만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내국인이 해외에서 쓴 비용(여행지급)은 28억6700만달러로 2배가량 더 썼다. 방한 외국인 수보다 해외로 떠난 내국인 수도 많다. 8월 방한객은 156만3211명, 출국객 수는 235만9000명이었다.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한국경제신문
방한 외국인 수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98.5% 수준으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행수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을 찾은 관광객들 소비 패턴이 달라지면서다. 방한 외국인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인 관광객은 코로나19 이전에는 단체로 대규모 면세 쇼핑에 나섰지만 최근에는 개별 관광으로 한국을 찾고 있다.

이들은 한국인이 찾는 로드숍에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위주 쇼핑을 하는 추세다. 쇼핑 목적으로 한국을 찾는 비중 역시 줄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방한 중국 관광 트렌드 변화 분석'에 따르면 중국인이 한국 관광을 선택하는 주요 요인 중 쇼핑을 고려하는 비중은 2019년 72.5%에서 지난해 49.5%로 급감했다. 쇼핑 관광에 나서는 비중은 95.1%에서 68.2%로 급감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단체에서 개별 관광으로 바뀌고 합리적 소비로 쇼핑 행태도 변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방한 외국인 관광객 사이 한국인을 따라하는 여행 트렌드가 자리 잡으면서 대규모 쇼핑 대신 다이소, 올리브영 등 한국인에게 익숙한 상점을 방문하는 경우가 많다"며 "쇼핑 관광은 이전처럼 단체 여행 특수를 누리기는 어려운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인천 영종도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이 여행객 등으로 붐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인의 해외여행 수요가 늘고 있는 점도 여행수지 회복이 어려운 이유다. 연휴가 생기면 해외로 여행을 떠나면서다. 3~5일의 짧은 연휴에는 대체로 일본, 동남아, 중국 등 단거리 여행지에 수요가 몰린다. 8월 광복절 연휴에도 단거리 여행지에 수요가 집중됐다. 특히 일본 노선에는 26만9000명이 몰렸다. 지난해(22만1000명)보다 많았다. 당시 태풍 영향으로 일본행 항공편 일부가 결항됐지만 이용객 수는 줄지 않았다.

추석 연휴와 국군의 날 징검다리 연휴가 시작된 9월도 여행수지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해당 기간 여행업계의 해외여행 예약률이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늘었다.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 지정은 내수 활성화 취지였지만 해외여행 수요를 국내 여행으로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해외여행 수요가 증가에도 국회에선 공휴일 확대 논의가 확산하고 있다. 내수 활성화와 휴식권 보장 등을 이유로 '요일제 공휴일' 도입과 제헌절을 공휴일로 재지정하자는 법안이 발의됐다. 요일제 공휴일은 어린이날과 현충일을 날짜 대신 첫 번째 월요일로 지정해 주말과 이어지는 월요일까지 연휴를 만들어 소비 진작에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다. 다만 이러한 공휴일 확대가 내수 진작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앞서 공휴일 황금연휴를 비롯해 국군의 날 임시공휴일에도 해외여행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통상 황금연휴에는 해외여행 수요가 늘어난다"며 "하루 이틀 연차에도 장기간 쉴 수 있어 연차사용 부담이 적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용현 한경닷컴 기자 yong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