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한강 신드롬'…"1분에 18권씩 팔려" 행복한 비명

지금 서점가는 '한강 신드롬'…반나절 만에 13만부 팔려

교보문고 실시간 베스트 1~9위 모두 한강 작품
한강 운영 서촌 서점엔 이례적 오픈런
사진=연합뉴스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소설가 한강(53)이 지명되면서 국내 서점가에 전례없는 '한강 열풍'이 일고 있다. 노벨상이 발표되고 하루도 지나지 않아 국내 양대 서점(교보문고·예스24)에서만 그의 작품이 13만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판매량 폭증으로 재고가 부족해 '품귀 현상'까지 보이고 있다.

11일 출판계에 따르면 한강의 작품은 전날(10일) 오후 8시 노벨문학상 수상 발표 이후 판매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수상 발표 직후 온라인 서점 사이트는 주문이 폭주하면서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거나 접속에 차질이 생기는 일도 벌어졌다. 교보문고는 이날 오전 실시간 베스트셀러 1~9위까지가 모두 한강 작품이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흰' '희랍어 시간' '서랍에 저녁을 넣어두었다' '채식주의자 개정판' 등이다. 한강의 작품 판매는 이날 오전 8시 기준 6만부 이상 팔렸으며 전날에 비해 노벨상 수상 후 451배나 늘었다고 교보문고는 전했다.

예스24의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도 한강의 작품으로 채워졌다. 스웨덴 한림원에서 비중있게 소개한 '소년이 온다'가 1위를 차지했다. '채식주의자'가 2위, '작별하지 않는다'가 3위로 뒤를 이었다. '소년이 온다'는 전일 대비 784배, '채식주의자'는 696배, '작별하지 않는다'의 판매량은 3422배 증가했다. 소년이온다(2만 8000부), 채식주의자(2만 6000), 작별하지 않는다(2만 3000부) 등 주요 세 작품만 7만 5000부 이상 판매됐다.

인터넷서점 알라딘의 집계에 따르면 한강의 '소년이 온다'는 전날 노벨상 발표 직후인 오후 8시부터 자정까지 분당 18권씩 판매됐다.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 당시 <채식주의자>가 분당 7권씩 판매되었던 기록의 두 배가 넘는 판매량이다.
사진=연합뉴스
갑작스레 주문이 쇄도하는 탓에 재고가 대부분 소진된 상태다.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등 한강의 대표작들은 판매 급증으로 출판사의 증쇄를 요청한 상태다. 소비자들은 지금 주문을 해도 10월 15일 이후에 발송 된다는 안내를 받고 있다. 교보문고 관계자는 "오늘 오프라인에는 약간 물량이 풀렸는데 현장 대기 인원을 보니 3시간 내로 모두 판매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출판계는 이번 한강의 노벨상 수상으로 침체중인 국내 도서 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런 기대감은 증시에도 반영됐다. 이날 오전 9시께 예스24는 전날보다 29.81% 오른 638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다. 가격제한폭인 30% 가까이 오른 셈이다. 밀리의서재 역시 장 초반 29.98% 오른 1만9640원으로 상한가를 기록했으며 한세예스24홀딩스(23.11%), 예림당(20.79%), 삼성출판사(18.37%) 등 출판 관련주가 잇따라 급등했다.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서촌 서점앞에서 대기중인 시민들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이 운영하는 서울 서촌의 작은 책방도 유례없는 오픈런 손님을 수십명 맞았다. 한강의 수상 소식이 전해진 이튿날인 11일, 책방 주변에는 정오 전부터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었다. 책방 오픈 시간인 1시가 가까워오자 한강의 팬들과 취재진이 몰려들면서 서촌의 작은 골목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작가는 얼마전까지 서울 양재동 모처에서 책방을 운영했으나 최근 서촌으로 서점을 옮겼다. 책방의 양재시절을 기억하며 가끔 늦은 오후 책방에 모습을 드러냈던 작가를 추억하는 이들도 많았다.
11일 오전 한강이 운영하는 서촌 서점 내부에서 책을 고르고 있는 시민들
책방이 문을 연 뒤 차례로 입장한 손님들은 한강의 몇 안 되는 단행본을 얻고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회사원 김 모씨(41)는 "평소 다니던 책방이고, 어제 수상 소식을 들어 운영 시간에 맞춰서 왔을 뿐인데 많은 분들이 와계셔서 놀랐다"며 한 권 남았던 <소년이 온다>를 자랑스럽게 매대 위에 올려뒀다. 또다른 회사원 최 모씨(35)는 한 권 남은 <내 여자의 열매>를 발견하고 크게 기뻐했다. 한강의 책이 동나버린건 가게가 문을 연지 5분도 채 되지 않아서였다. 골목앞을 평소처럼 지나다니던 주민들도 작가가 서점에 오는 건지 연신 궁금해하며 책방의 외관을 카메라에 눌러 담았다.

최다은/이해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