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따 맛있다"…'흑백요리사' 보고 경동시장 갔다가 하루 순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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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인기에 외식경기 살아날까“흑백요리사 보고 이모카세 안동집 식당에 가보고 싶어 경동시장에 다녀왔어요.”
주변 식당도 '기대'
화제 식당 인근 상권 "낙수효과 환영"
'장기적인 호황 맞을까' 기대엔 "글쎄"
직장인 이모 씨(32)는 이번 징검다리 연휴에 연차를 쓴 김에 오전 일찍부터 경동시장에 다녀왔다. 넷플릭스 인기 예능 프로그램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을 보기 시작하면서 팬이 된 요리사가 운영하는 경동시장 내 한 국수집에 방문하기 위해서다. 가게 문을 열기 30분 전부터 오픈런을 해 국수를 맛보고 경동시장 구경도 실컷했다. 오후엔 시장 안쪽에 폐극장을 카페로 리모델링 해 유명세를 탄 스타벅스 경동시장점에서 커피도 마시고 인근 한 고깃집에서 저녁도 먹었다. 하루종일 경동시장 근처에서 ‘먹고 마시며’ 하루를 보낸 셈이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흑백요리사 덕에 위축됐던 외식업계에도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이씨와 같이 프로그램에 출연한 레스토랑을 방문한 김에 주변을 돌며 외식을 하고 소비를 하는 손님들 덕에 인근 상권까지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업계에선 출연자들 관련 식당 외에도 외식업계 전반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확산하길 바라고 있다. 14일 넷플릭스에 따르면 흑백요리사는 지난달 17일 공개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지난달 23일부터 29일까지 시청 수만 490만회에 이를 정도로 전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흑백요리사에 출연한 유명 셰프들의 매장 예약률이 대부분 급증했다. 일부 출연 셰프들의 매장은 10월 예약이 모두 꽉찬 상태다. 일부 인기 출연자들의 식당은 암표 거래와 웃돈이 붙은 중고 거래까지 성행하고 있다. 예약 ‘오픈런’을 하기 위해 11만명이 넘는 이용자가 몰린 것으로 화제가 된 ‘나폴리 맛피아’로 출연한 권성준 셰프는 암표 거래 등과 관련해 경고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이에 흑백요리사가 침체기였던 외식업계를 살려내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방송에 나온 가게가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레 주변 다른 가게들와 전반적인 상권까지 살아나는 이른바 ‘낙수 효과’ 기대가 있다. 지난 연휴 전북 전주에 다녀왔다는 프리랜서 양모 씨(35)는 “화제가 됐던 비빔밥 집은 대기가 길어 들어가지 못하고 인근 다른 비빔밥집에서 점심을 먹고 유명 카페에서 빙수도 한그릇 하고 전주 한옥마을 투어도 돌고 서울로 돌아왔다”며 “흑백요리사 덕에 오랜만에 국내 여행을 한 셈”라고 했다.
실제 흑백요리사 ‘흑수저 결정전’ 방송에서 백종원 심사위원(더본코리아 대표)을 노래하게 했던 장면으로 큰 관심을 끌었던 ‘비빔대왕’ 유비빔씨 식당에선 한꺼번에 손님이 몰리자 인근 식당을 안내하는 모습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유씨는 “시간이 부족하다면 전주 모든 곳이 맛집”이라며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 인근에 있는 전주비빔밥 식당 등 식당 11곳을 추천했다. 유씨는 “맛의 고장 전주에서 맛있고 신명 나게 비비고 가달라”고 말했다. 이같은 유씨의 당부 등을 담은 해당 영상은 유튜브에서 11일 오후 조회 수 14만회를 넘었다.다만 낙수효과는 일시적이며 외식경기 상승세도 “반짝 호황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적지 않다. 외식산업 불황 자체가 고물가·고금리에 따른 경기침체에 따른 결과물로 인건비나 각종 운영비용 등 물가를 끌어올린 원인 자체가 해결되지 않는 한 장기적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 흑백요리사 출연진들 식당이 가장 많이 위치한 곳 중 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지역의 외식 상권은 방송 이후에도 대체로 한산한 분위기라는 게 업계의 이야기다. 강남지역은 국내에서 가장 외식물가가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외식업계 한 관계자는 “상권이 들썩이는 것도 일부 지역에서 나타나는 분위기로 강남 등 전반적인 물가가 높은 지역은 화제가 된 식당만 손님이 몰리는 양극화가 더 심화했다”고 전했다.농림축산식품부가 공개한 올해 3분기 외식경기전망지수는 83.12로 전 분기(87.34) 대비 악화했다. 수치가 100을 넘으면 경기 호전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