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윤범 '마지막 승부수'…고려아연 공개매수가 89만원으로 상향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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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회장 측 "공개매수 철회 불가능…반드시 실행·완수"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을 주당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인상하며 마지막 승부수를 띄웠다.
영풍·MBK "공개매수가 안 올려…세금 감안"
고려아연은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개매수신고서·설명서 정정 공시를 내고 자사주 공개매수가격을 기존 83만원에서 89만원으로 7.2% 올린다고 발표했다. 글로벌 사모펀드 베인캐피털과 함께 진행하는 자사주 매입 수량도 기존 전체 발행 주식의 약 18%에서 약 20%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20%는 사실상 시중에 유통되는 고려아연 주식 물량의 대부분이다.고려아연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현재 진행중인 자사주 공개매수와 관련해 법적으로 철회가 불가능하다"며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행하고 완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대로라면 최 회장 측은 베인캐피털과 함께 최대 3조1000억원을 쓸 계획이었지만, 매수가 상향과 취득 주식 수 확대에 따라 공개매수 규모가 최대 3조7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초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가격은 영풍·MBK 연합의 공개매수 가격(83만원)과 같았다. 그러나 가격이 같으면 공개매수 기간 및 세금 문제,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절차 중지 가처분 소송의 불확실성 등의 이유로 고려아연에 불리한 만큼 최 회장 측이 가격 인상 카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국내 기관 투자자는 MBK나 고려아연 중 어느 쪽을 택해도 세금 차이가 없어 공개매수가가 높은 고려아연에 응하는 게 유리하다. 개인 투자자는 MBK 측에 응하면 증권거래세 0.35%, 양도소득세 22~27.5%를 내야 하고, 고려아연에 응하면 차액의 15.4%를 배당소득세로 내야 한다.
개인 투자자가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응할 경우 연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면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이 돼 최대 45%(과세표준 10억원 초과)의 세율을 적용 받지만, MBK보다 차액이 주당 6만원 많아지기 때문에 개인에 따라 세금을 더 내도 수익은 커질 수 있다.
관건은 해외 투자자다. 해외 투자자는 MBK 측에 참여하면 양도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고려아연 쪽에 응하면 15% 안팎의 세금을 내야 한다. 해외 기관 상당수가 법인을 둔 미국과 싱가포르는 양도세가 0%, 배당소득세는 15% 안팎이다.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가격도 올렸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등 최씨 일가가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 이사회를 통해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 가격을 3만5000원으로 인상했다. 당초 제시했던 가격인 3만원보다 5000원 인상한 수준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하고 있어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의 핵심 승부처로 꼽힌다.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영풍정밀 경영권을 확보하면 최 회장 측의 고려아연 지분 1.85%를 빼앗고, 영풍 측이 지분 1.85%를 손에 넣는 셈이 돼 사실상 3.7%의 의결권을 확보하는 것과 같은 효과가 발생한다.
최 회장 측의 공개매수가 인상에도 이날 주식시장에서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대비 0.63% 오른 79만4000원에 마감하는데 그쳤다. 영풍정밀은 6.56% 하락한 2만9200원을 기록했다.MBK파트너스·영풍의 고려아연, 영풍정밀 공개매수 종료일은 오는 14일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종료일은 자사주는 23일, 영풍정밀은 21일이다.
노정동 한경닷컴 기자 dong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