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손절' 작심?…한동훈, 尹 독대서 담판 지을까 [정치 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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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수사 압박에 공개 활동 자제까지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김건희 여사 손절'을 작심한 분위기다. 여권의 최대 리스크로 꼽혀온 김 여사와 더 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친한(親한동훈)계의 목소리도 커졌다. 김 여사를 고리로 한 야권의 파상 공세가 정점에 치달으면서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결론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의 보조를 맞출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그만큼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의 전향적인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김건희 논란 정면 돌파하는 한동훈
'尹의 역린'인데…독대서 담판 지을까
정치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최근 김 여사와 관련된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 10일에는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와 관련해 "검찰이 어떤 계획인지 알지 못하지만,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했다. "아내의 역할에만 충실하겠다"고 했던 김 여사의 과거 발언까지 끄집어내면서 "그 약속을 지키면 된다"고 공개 활동 자제를 촉구하기도 했다.한 대표가 김 여사의 공개 활동에 대한 입장을 피력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또 김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한 발언은 검찰을 압박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다는 해석을 낳고 있다. 지난 8월 중순까지만 하더라도 김 여사의 명품 수수 의혹에 대한 검찰의 무혐의 결론에 "팩트와 법리에 맞는 판단은 검찰이 내렸을 거라 생각한다"고 했던 것과 이번 한 대표의 발언은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한 대표의 전격적인 발언은 친한계가 여권 내부에 먼저 불을 지핀 뒤에 나왔다. 김 여사를 향한 야권의 특검법 공세 등이 여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지대하므로, 김 여사가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였다. 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지난 9일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가 국민 머릿속에 계속 떠오르는 자체가 지금 당정에 큰 부담"이라고 했다.
아예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해야, 야당의 특검 공세로부터 김 여사를 보호할 수 있다'는 논리도 등장했다. 친한계 핵심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지난 8일 SBS 라디오에서 "검찰이 김 여사를 기소하면 오히려 당의 부담이 줄어든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라며 "그(기소) 이후 야당은 또 김 여사 특검법을 발의할 텐데, 그때 명분과 논리가 생긴다"고 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 대표가 김 여사를 손절해야 한다는 민심에 서서히 반응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당연한 게 사실 김 여사 문제를 건드리지 않고 탄핵 위기를 극복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윤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리고 있는 한 대표를 향한 시선은 친한계를 제외하곤 곱지 않다. 친윤(親윤석열)계 좌장 격인 권성동 의원은 지난 10일 SBS 라디오에서 김 여사의 공개 활동 자제 필요성을 거론한 한 대표를 향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얘기할 필요가 있었냐"며 "대통령 임기가 2년 반이나 남아 있는데 한 대표는 공개적, 비공개적으로 측근 입을 통해서 계속 대통령을 비판하고 공격하고 있다"고 했다.
이 밖에도 검찰의 기소 판단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결과를 내놓아야 한다'고 주문한 한 대표의 발언을 향해 "김 여사에 대한 악마화 작업에 부화뇌동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해적 발언을 삼가야 한다. 여론재판을 열자는 것인가"(윤상현 의원), "법무부 장관 1년 6개월 동안 미적거리다 이제 와서 검찰 압박"(홍준표 대구시장), "뭉개고 있다가 사돈 남 말하듯 유체 이탈"(유승민 전 의원) 등 당내 중진 인사들의 비판도 이어졌다.이제 정치권의 눈은 마침내 성사된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독대'에 쏠리고 있다. 두 사람은 오는 16일 예정된 재·보궐선거가 끝난 뒤 단둘이 만나기로 했다. 이 자리에서 한 대표는 김 여사의 의혹을 고리로 한 야권의 탄핵 공세에 대한 대응책을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이번 국감도 '김건희 국감'이 된 판에 부정 여론은 더욱 커질 것"이라며 "사과가 늦었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는데, 사과 말고는 민심을 달랠 대안이 없지 않나. 한 대표의 회담 최대 수확은 김 여사의 사과라고 본다"고 했다.하지만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작다는 게 여권의 중론이다. 최근 윤 대통령이 김 여사에 관한 조언을 하는 법조계 선배들에게 "제가 그런 말 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라고 답했고, 이런 분위기 때문에 비서진들은 "그(김 여사) 얘기 내게 하지 말라"고 손사래를 쳤다는 일화가 알려지기도 했다. 이번 독대에서 한 대표가 김 여사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끌어내느냐가 관건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이 악화된 마당에 대통령께서 할 수 있는 도리는 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구성원들 대부분 하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