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특유의 뉘앙스 살리려…소주·선생님, 풀어 쓰기보다 그대로 옮겨"

'노벨상 일등공신' 데버라 스미스

채식주의자·소년이 온다·흰 등
주요작품 세계에 알린 英번역가
2016년엔 부커상 공동 수상도
한강이 지난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자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사진)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7년생인 스미스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번역가를 희망한 그는 영국 문학시장에서 틈새시장인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져 런던대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인 2012년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작품으로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제14회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상도 받았다. 그가 영어로 옮긴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흰> 등이다. 한강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한국 문화를 담고 있는 단어인 소주, 선생님, 형 등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원작자인 한강도 그의 번역에 만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특정한 뉘앙스를 표현하는 표현이 영어에 없을 때 번역가의 창의성이 요구됐다”고 고백했다. 스미스는 2015년 “내가 하지 않으면 영어로 출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책들을 전문으로 취급하겠다”며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엑시스프레스를 차렸다.

스미스의 경우처럼 문학 번역이란 작가와 세계의 독자를 잇는 징검다리다. 번역가는 작가의 모국어를 외국어로 단순히 치환하는 사람이 아니다. 많은 번역가는 최대한 화자의 어조에 빙의해 번역한다.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여러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김선형 씨는 한국경제신문에 “번역가마다 책을 읽으면 편안하게 느껴지는 화자의 목소리가 있다”며 “그 정서가 고스란히 투영되면 비로소 화자에게 자신이 겹쳐 매끄러운 번역이 나온다”고 했다. 문학평론가이자 불어학자 조재룡 고려대 교수는 2017년 계간 문학동네 봄호에 실은 ‘번역은 무엇으로 승리하는가’에서 문학 작품 번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문학성’이라고 짚었다. 작품의 가치를 결정짓는 문장의 특수한 구성, 작가라면 반드시 염두에 뒀을 문체와 독특하게 사용한 어휘 등은 번역가가 자신의 모국어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