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정부 믿고 통장 바꿨다가 '청약 기회' 날린 무주택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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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장 전환한 청약자들 혼선“청약통장을 전환해도 기존 순위와 납입액 등이 모두 인정된다고 했는데, 갑자기 청약을 못 한다고 하니 황당하네요.”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디에이치 대치 에델루이’에 청약하려던 한 수요자의 하소연이다. 이 단지는 1순위 37가구 모집에 3만7946명이 청약해 평균 경쟁률 1025.5 대 1을 기록했다.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1순위 기준 역대 최고 경쟁률이다. 시세 차익이 클 것이란 기대에 수만 명이 몰렸지만, 청약통장을 써보지도 못한 수요자도 적지 않았다. 모두 최근 청약통장을 바꾼 사람이었다.
"기존 자격은 유지해줘야"
안정락 건설부동산부 기자
정부는 이달 1일부터 그동안 민영·공공주택 중 한 가지 유형에만 청약할 수 있었던 종전 입주자저축(청약예·부금, 청약저축)을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할 수 있게 했다. 그러면서 기존 청약통장의 순위와 납입 실적은 모두 그대로 인정한다고 했다. 이 같은 정부 방침에 청약예·부금, 청약저축 가입자는 청약 범위와 이자 등에서 혜택이 커지는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전환하기 시작했다.문제는 ‘입주자 모집공고일’이었다. 대치 에델루이는 지난달 26일 모집공고를 냈다. 청약통장 전환 안내 사항에는 ‘전환 가입 이전 또는 당일에 입주자 모집공고가 이뤄진 단지는 청약하지 못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다시 말해 모집공고일 이후에 청약통장을 바꾸면 해당 단지에 청약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인터넷뱅킹 등으로 청약통장을 전환하면서 이를 꼼꼼히 읽어보지 못한 수요자는 이번에 청약하려다 낭패를 본 것이다.
정부는 ‘모집공고일’은 청약의 기준이 되는 원칙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를 청약통장 전환 때도 적용해야 하는지는 논란이다. 모집공고일 기준이라는 것은 ‘청약 자격 기준인 거주지, 자산, 소득 상태 등’을 모집공고일 이후에 바꿔 청약하는 사람을 막기 위한 조치다. 그러나 이번에 통장 전환만을 이유로 청약하지 못한 수요자는 지난달 모집공고일 기준으로 청약예·부금을 통해 자격을 갖추고 있던 사람이다. 결국 청약통장을 전환했다는 이유만으로 자격을 박탈당한 것이다.
대치 에델루이의 모집공고문에도 청약 전환에 대한 안내는 없었다. 정부의 불필요한 규제에 예비 청약자만 큰 혼선을 빚게 됐다. 청약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담당과장은 기자에게 문자메시지로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자 마지막”이라고 했다. 과연 그럴까. 청약통장 전환은 내년 9월 30일까지 할 수 있다. 앞으로 1년가량은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는 얘기다. 모집공고일 이후 청약통장을 바꿨다가 청약 당일에 당황하는 수요자가 계속 나올 수 있다. 청약통장 전환 때 기존 자격을 인정해주면 모든 게 해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