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3년2개월 만의 금리 인하, 투자·소비 활성화 시급하다

한국은행이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3.50%에서 연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한 이후 38개월 만의 피벗(통화정책 방향 전환)이다. 이번 금리 인하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다. 한은도 밝혔듯이 물가는 안정적이지만 내수 경기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것이 가장 큰 배경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까지만 하더라도 2.6%를 나타냈지만 8월 2.0%, 9월 1.6% 등으로 두 달 연속 한은 목표치(2%) 안으로 들어왔다. 반면 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1분기보다 0.2% 감소했으며 내수 경기를 보여주는 민간 소비(-0.2%), 설비투자(-1.2%), 건설투자(-1.7%) 등은 줄줄이 뒷걸음질 쳤다. 이로 인해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뿐 아니라 한은마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지난달 먼저 피벗에 나선 것도 한은 부담을 줄여줬다. 다만 집값과 가계부채가 여전히 걱정거리로 남아 있는 점이 베이비컷(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을 결정한 이유로 분석된다.한은이 경기 회복을 위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로 바꾼 만큼 정부도 내수 활성화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우선 지난 2일 발표한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 등이 차질 없이 진행되도록 해야 한다. 정부는 수익형 민자사업의 경우 물가 상승을 감안해 민간 사업자가 총사업비를 높여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또 운영 중인 시설이라도 민자사업을 통해 개량 및 증설이 가능하게 하고, 이 사업에 대해 민간 사업자의 관리운영권을 100년까지 연장하기로 하는 등 관련 제도를 혁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5년간 30조원이 투자되도록 한다는 게 정부 목표인 만큼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 국회도 의료, 교육, 관광 등 유망 서비스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할 수 있도록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추가 금리 인하를 시사했지만 금융 안정 없이는 불가능하다. 지금은 내수 회복을 위해 중앙은행, 정부, 국회가 모두 힘을 합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