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처절하되 담담하고, 어둡지만 끈질긴 한강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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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A18
노벨상 한강의 대표작 10선
채식주의 딸을 버리는 가족들
제주 4·3 사건 희생자 등 그려
등단작. 경제적으로 무능력한 아버지는 술에 의지해 살다 죽었다. 어머니와 두 아들의 관계는 서서히 갈라진다. 오랜만에 서해안을 찾은 이들은 바다에 방치된 채 녹슬어 가는 붉은 닻을 보며 동질감을 느낀다. 작가의 첫 소설집 <여수의 사랑>에 수록됐다.
잡지사에서 일하는 인영은 의선이라는 여자와 동거하게 된다. 어느 날 의선은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고, 알몸으로 거리를 뛰어다닌다. 작가는 의선 등 인물들의 모습을 검은 사슴에 빗댄다. 어둠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지만 그럴수록 심연으로 추락한다.
주인공은 아내가 처제(영혜) 몸에서 몽고반점을 봤다는 말을 듣고 이해할 수 없는 흥분에 빠진다. 식물 같은 삶을 갈망하던 영혜도 형부와의 결합이 싫지 않다. 결국 둘은 금기를 깨고 사랑을 나눈다. 아내는 남편을 경멸하는 말을 쏟아낸다.
친구의 죽음에 얽힌 비밀을 파헤치는 이야기다. 정희는 어느 날 친구 인주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세간에선 인주의 죽음을 자살로 단정하고, 재능과 미모를 겸비한 한 젊은 여성 화가의 죽음으로 꾸미려 한다. 정희는 인주를 둘러싼 오해를 해소하고자 나선다.
절대 더럽힐 수 없는 어떤 ‘흰 것’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각설탕과 입김, 파도, 백지, 수의 등 흰 대상으로부터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에게는 자신이 태어나기 전에 세상을 떠난 언니가 있다. 그는 언니의 못다 이룬 삶을 통해 세상의 흰 것들을 다시 만난다.
작가가 고향 광주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을 활용했다. 작품은 여섯 장에 걸쳐 진행된다. 친구를 찾아 시체안치소를 찾은 동호, 옆구리에 총을 맞고 혼령이 된 정대, 살아남았지만 고문을 당하는 이들의 시선에서 참혹했던 그날의 기억을 소환한다.
제주 4·3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주인공 경하는 친구 인선의 부탁을 받고 제주도에 있는 그의 집을 찾는다. 경하는 그곳에서 인선의 환상과 마주한다. 인선의 어머니 정심은 제주 4·3사건 희생자 유족이었다. 경하는 인선과 정심이 수집한 기록을 보며 현대사의 아픔을 실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