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다 관객 몰린 부산영화제…‘아홉수’ 넘긴 BIFF가 남긴 과제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 열흘의 대장정 막 내려
지난 11일 결산 기자회견

최다 관객 확보·OTT 존재감 뚜렷
티켓 오류 등 진행 미숙은 아쉬워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지난 11일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올해 영화제는 집행부의 내홍과 예산 축소라는 위기 상황에서도 코로나 이후 가장 많은 관객을 맞이하며 무사히 '아홉수'를 넘겼다. 넷플릭스 영화 ‘전,란'을 개막작으로 내세워 화제몰이를 했고, 콘텐츠&필름마켓의 흥행도 글로벌 진출에 관심을 쏠린 시점에 유의미한 결과였다는 평가다.
사진. ⓒ연합뉴스
14.5만 명 찾았다…역대 최다 관객BIFF 결산자료에 따르면 올해 영화제는 28개 스크린에서 공식 선정작 278편이 총 633회 상영됐다. 영화제를 찾은 관객수는 14만 5238명으로 추산됐으며 좌석점유율은 84%로 나타났다. 지난해(14만2432명, 좌석점유율 82%)에 비해 늘어난 수치로 역대 최고 기록이다. 박도신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직무대행은 지난 11일 결산 기자회견에서 “예산 감축 등 어려움이 있었지만 코로나 사태 이전과 비교해도 역대 가장 높은 좌석 점유율을 기록했다”고 말했다.

오픈토크, 야외무대인사 등 감독과 배우들을 만날 수 있는 이벤트는 46건 열렸다. 관객과 게스트가 만나는 GV 행사는 303건이 진행됐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지아장커 감독,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 세계적인 중국 배우 주동우 등 아시아 주요 영화인들이 참석해 관객들과 대화하는 자리를 가졌다. 부산 중구 남포동 야외무대를 중심으로 열린 커뮤니티비프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준익·최동훈·장항준 감독과 이준기·안재홍·에픽하이 등 팬층이 두터운 영화인과 음악인 등이 자리를 빛냈다.
개막작 '전,란'의 김상만 감독과 배우 강동원, 박정민, 김신록, 차승원, 진선규, 정성일이 2일 오후 부산 우동 영화의 전당에서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29th BIFF)'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 사진. ⓒ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개막작 '전,란'을 필두로 OTT의 존재감은 더욱 커졌다. 부산 영화의전당을 비롯해 KNN 빌딩,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 등 영화제 인근 건물에는 넷플릭스 '지옥', '전,란' 등 OTT 작품들의 대형 광고가 걸려 있었다. 넷플릭스는 미디어 행사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를 열고 내년도 라인업을 발표했으며 아시아 지역 콘텐츠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포럼을 열었다. 티빙은 해운대 일대에서 팝업 행사를 열어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다.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아시아콘텐츠 앤 필름마켓'(ACFM)은 지난 5~8일 52개국 1031개사에서 2644명이 다녀가며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을 증명했다. 전세계 영화·도서·웹툰 등 원천 IP를 거래할 수 있는 콘텐츠 시장인 ACFM은 지난해보다 참여율이 37% 포인트 늘어 역대 최대 규모 기록을 경신했다. 함께 열린 부산스토리마켓 또한 이번 영화제에서 확대된 규모로 진행됐다. 김영덕 마켓위원장은 “창고에 쌓인 한국영화가 많으니 투자가 막혔다. 마켓에 사람이 모이도록 관련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영화산업계에 활력을 주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사진. ⓒ연합뉴스
진행 미숙·정체성 혼란 등 해결 과제도

BIFF의 고질적인 문제점인 미숙한 운영과 정체성에 대한 물음표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그간 관객들이 불편함을 호소해온 티켓예매 시스템은 보완에 나선다. 올해 BIFF에서는 티켓 예매 오픈일인 지난달 24일 일부 티켓이 중복 결제되고 좌석 지정이 되지 않아 문의가 빗발쳤다. 박도신 집행위원장 대행은 “업체 측과도 (이번 일과 관련한) 여러 회의를 거쳤다. 재발 방지에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집행위원 측은 OTT 영화인 ‘전,란’ 선정 이유를 두고 “대중성을 생각했다”면서도 “독립영화가 우선”이라고 덧붙이는 등 정체성을 두고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다. 박 직무대행은 지난 3일 열린 전,란 기자간담회에서 개막작 선정 이유와 의미에 대해 "영화가 재밌고, 많은 관객들에게 감동을 줄 것 같았다"는 다소 일차원적인 답변을 되풀이했다. 그러면서도 "부산 영화제가 독립 영화를 위한 영화제라는 건 변함없다"는 결이 다른 발언을 해 의문을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영화계 전반이 스크린에서 OTT로 옮겨가는 과도기를 겪는 상황에서 영화제도 함께 혼란을 겪은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온다.

내년 서른살 잔치를 앞둔 BIFF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아시아 최고 영화를 뽑는 경쟁 부문이 신설된다. 경쟁 부문을 통해 '아시아 최대 영화제'의 존재감을 더욱 확고히 할 예정이다. 현재 공석인 집행위원장은 내년 2월께 선임한다는 계획이다. 제30회 BIFF는 2025년 9월 17~26일에 관객을 찾는다.

최다은/유승목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