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올 상반기 번 돈 절반넘게 날렸다...1300억원 LP 운용손실


신한투자증권이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을 위한 선물을 매매하는 과정에서 올해 상반기 순이익의 절반을 넘는 대규모 손실을 냈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은 ETF 유동성공급자(LP) 팀이 목적에 벗어난 장내 선물을 매매해 약 1300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공시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 신한투자증권의 순이익(2071억 원)과 비슷한 규모다. 신한투자증권 측은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필요할 경우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며 "손실 금액은 조사 결과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밝혔다.
LP는 ETF 거래가 원활히 이루어지도록 매수·매도 양쪽에 주문을 넣어 호가를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매매 과정에서 시장 변동성에 영향을 받지 않고 호가 차이로 수익을 내는 것이 LP의 기본 임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P는 매수·매도 포지션을 동일하게 설정해 위험을 회피하는 것이 기본 운용 방식"이라며 "시장 방향성이 명확하다고 판단될 때 추가 수익을 노리고 위험 회피(헤지)를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는 흔치 않으며 규모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신한투자증권의 이번 금융 사고는 LP가 역할을 벗어나 장내 선물을 매매하면서 발생했다. 문제가 된 거래는 8월 2일부터 시작됐다. 3일 뒤인 8월 5일, 코스피 지수가 하루 만에 약 9% 급락하면서 ‘블랙먼데이’로 불릴 정도로 시장 변동성이 컸다. 예상치 못한 급락에 선물 매매에서 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복구하려다 손실이 더 커진 것으로 추정된다.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스왑 거래를 등록한 사실도 확인됐다. 장외 파생상품이어서 확인이 어려운 스왑 거래가 체결된 것처럼 보고한 후, 반대 포지션 매매를 이어가면서 손실이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신한투자증권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투자로 손실이 정상 범위를 넘어서면 거래를 중단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손실폭이 이정도로 커진 과정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스왑 거래에 문제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체적으로 인지한 후 금융당국에 바로 신고했다"며 "내부통제 시스템에 허점이 없는지 살펴 재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TF 업계도 이번 사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사건이 LP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한 자산운용사 ETF 담당 임원은 "LP는 ETF가 상장할 때 설정 자금을 대고 유동성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이번 일로 LP들이 적극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