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 대신 종목에 투자…'홍콩 악몽' 딛고 부활한 ELS

3분기 발행액 4.2조…내리막 걷다 반등
“ELS 팬들은 여전히 떠나지 못하고 있어요. 홍콩 H지수 ELS를 제외하고는 모두 상환에 성공했습니다.”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손실 악몽에 외면받던 ELS 투자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H지수 ELS를 제외한 상품들이 수익을 안겨주면서다. 은행 창구에서 사라졌던 ELS 문의도 늘어나는 추세다. 한 시중은행 자산관리 담당 부행장은 “예금 금리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플러스 알파 수익을 원하는 고객들이 ELS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 ELS 발행액은 4조19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8.8% 증가했다. 홍콩 ELS 사태로 내리막을 걷다 반등한 것. 지난해 4분기 6조6500억원에서 올 1분기 4조500억원으로 급감한 ELS 발행액은 2분기엔 4조원을 밑돌았다.

대신 ELS 투자 패턴이 변화하고 있다. 홍콩 H지수처럼 지수형 상품에 투자하는 ELS 대신 ‘종목형’ 상품을 찾는 고객이 늘어나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지수형 ELS 발행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44.9% 감소한 9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종목형 ELS는 81.8% 증가한 8조원에 달했다. H지수와 코스피200 같은 지수가 아니라 삼성전자, 테슬라 등 종목의 등락에 베팅하고 있는 셈이다. 지난 7월부터 발행금액 상위 기초자산 목록에 테슬라가 포함된 것이 대표적이다. 올 들어 줄곧 S&P500, 유로스톡스50, 코스피200, 닛케이225, H지수 등 지수형 상품이 상위권에 포진해왔다.

다만 종목형은 지수형보다 변동성이 큰 고위험 상품으로 분류된다. 15일까지 청약을 받는 한국투자증권의 ‘TRUE ELS 제17406회’는 SK하이닉스와 엔비디아를 기초자산으로 해 만기까지 최초 기준가 대비 35%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연 14.70% 쿠폰(수익률)을 준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H지수 ELS 사태를 겪은 것처럼 고수익 상품은 변동성이 커지면 고위험이 뒤따른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박재원 기자 wonderf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