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피·무게 한계 넘은 대형화물선 '스타십', 우주공업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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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재용량만 1100㎥스페이스X의 차세대 우주선인 스타십이 13일 다섯 번째 시도 만에 발사체 회수에 성공했다. 이번 발사는 젓가락을 사용하듯 로켓을 회수하는 ‘메카질라’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4차 시험 비행 때는 우주선이 고도 240㎞ 궤도에 오른 뒤 인도양에 ‘스플래시 다운’ 방식으로 떨어졌다. 스플래시 다운은 하강 속도를 줄이며 다시 착륙하는 것처럼 자세를 잡은 뒤 물속으로 들어가는 방식이다. 당시 슈퍼헤비가 인도양에 무사히 떨어져 성공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는데, 이번에는 한 단계 더 나아가 공중 포획이라는 혁신에 도전했다.
스타십 정기 운송땐
화성 이주도 꿈 아냐
스타십은 지금까지 인류가 제작한 발사체 가운데 가장 길고 가장 강력하다. 1단계 추진체인 슈퍼헤비 부스터는 화물과 사람, 달 착륙선, 연료 탱크 등을 실은 스타십 우주선을 지구 저궤도(LEO)로 쏘아 올릴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LEO에 일종의 우주 급유선을 띄워 놓고 스타십에 액체 메탄을 공급해 더 높은 궤도와 화성 등 다른 행성으로 스타십을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전문가들은 스타십이 만들어 낼 혁신은 규격화된 화물 컨테이너가 세계 무역의 틀을 바꾼 것에 비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스페이스X가 개발한 재사용 가능 로켓인 팰컨9이 우주발사체 시장을 완전히 바꿔놨지만, 팰컨9의 화물 적재 용량은 145㎥로 스타십(1100㎥)에 견주면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스타십을 이용하면 부피와 무게, 비용 한계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한 다양한 산업적·과학적 시도를 할 수 있다. 예컨대 위성을 매번 로켓에 실어 쏘아 올릴 필요 없이 궤도에서 위성 제조 작업을 하는 게 가능하다. 스타십은 위성 제조에 쓸 원자재를 정기적으로 궤도에 올려놓는 우주화물선 역할을 하는 셈이다.
스타십을 통해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의 평판도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머스크 CEO는 종종 미국 언론에서 기인, 몽상가, 정신질환자로 묘사된다. 일반인이 생각하지 않는 것을 생각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겨서다. 머스크 CEO는 수중에 약 400억원밖에 남지 않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남은 돈을 스페이스X, 테슬라의 연구개발(R&D)에 몽땅 투자했다. 그때 기적적으로 팰컨 로켓 발사에 성공했다. 모두가 투자금을 회수하고 이제 그만해야 한다며 다그쳤지만 머스크 CEO는 포기하지 않았다. 지금도 스페이스X는 벌어들인 돈을 모두 R&D에 재투자한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