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73社…경영권 분쟁 '역대 최다'
입력
수정
지면A1
소송제기 242건, 작년보다 10% 이상 증가올해 상장기업 경영권을 둘러싼 다툼이 곳곳에서 벌어지며 분쟁 건수가 역대 최다를 기록하고 있다.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등 동업자나 가족 간 갈등 외에 창업자와 투자사 간 충돌, 저평가된 기업을 겨냥한 공세 등 다양한 유형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다. 조 단위 현금을 보유한 사모펀드(PEF)와 경영권 분쟁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삼은 금융회사가 가세해 분쟁 건수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코스피 상장사 분쟁도 빈번…40% 급증한 100건
'兆단위 실탄' 사모펀드 개입 늘어 갈등양상 복잡
1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기업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공시한 ‘소송 등의 제기·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은 73개사 242건이었다. 집계를 시작한 2000년대 이후 가장 많은 건수다. 지난해 같은 기간(71개사 219건) 대비 10.5% 증가했다.올해는 특히 규모가 큰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을 둘러싼 분쟁이 두드러졌다. 지난해 60건(27.6%)에서 올해 100건(41.8%)으로 늘었다. 기존에는 주로 코스닥시장 기업의 소액주주가 대주주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이 대부분이었으나 올해는 고려아연, 한미사이언스, 금호석유화학, 다올투자증권, JB금융지주 등 대기업과 금융사가 대거 분쟁에 휘말렸다.
경영권 분쟁 유형도 다양하다.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 갈등으로 촉발된 한미사이언스, 동업자 간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은 고려아연과 에프앤가이드, 최대주주와 2대주주 간 지분 싸움이 예고된 티웨이항공과 쏘카 등이 대표적 사례다. 최대주주인 배우 이정재 씨와 창업자가 분쟁 중인 드라마 제작사 래몽래인 등도 시장에서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저평가 기업의 가치 상승과 지배구조 개선 요구 압박 강화, PEF 등 외부 자금을 활용한 공개매수 활성화,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분쟁 참여 증가에 따라 국내에서도 경영권 분쟁과 적대적 인수합병(M&A)이 빈번할 것으로 보고 있다.
차준호/박종관/하지은 기자 cha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