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하직원 로또·담배 심부름시킨 경찰관…법원 "감봉 적법"

'자발적 심부름' 주장 배척
"직장 내 괴롭힘으로 봐야"
사진=한경DB
부하 직원에게 여러 차례 사적 심부름을 시키고 정당한 이유 없이 휴가를 가지 못하게 한 경찰관에게 감봉 처분을 한 것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판사 김준영)는 경찰관 A씨가 서울특별시 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감봉 처분취소 소송을 최근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A씨는 2022년 12월 국가공무원법상 성실의무와 품위유지의무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감봉 2개월 처분을 받았다. 그는 부하 직원에게 "로또 1등이 많이 나오는 편의점에 들러 로또를 사 오라"고 지시하고, 세탁소에서 자기 세탁물을 찾아오게 하거나 담배를 구해오라는 등 9차례에 걸쳐 사적 심부름을 시킨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로또 심부름을 지시받은 직원이 "해당 편의점은 인기가 많아 30분 이상 기다려야 한다"며 거절 의사표시를 했음에도 A씨는 지시를 강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부하 직원이 휴가를 신청했을 때 '사전에 대면 보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인을 거부했다. 부하 직원들의 불만이 윗선에 보고되자 한 직원에게 "경찰조직에서 비밀 없다. 내가 끝까지 찾아가서 가만 안 두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부하들이 자발적이고 호의적으로 심부름을 다녀왔을 뿐이고 연가 사용을 부당하게 제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지시는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우월한 지위를 남용해 피해자들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것"이라며 "정당한 징계 사유"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직원들의 자유로운 연가 사용을 저해했고 욕설을 섞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며 "이런 '직장 내 괴롭힘' 내지 '갑질 행위'는 하급자에게 지속적인 정신적 고통을 유발할 뿐 아니라 조직 내 인화를 저해해 능동적 업무 수행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점에서 시정 필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