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문학에 쏟아지는 찬사…'포스트 한강' 누구

글로벌 영향력 커지는 K-문학
해외 문학상 이어져 관심 급증
지구촌 유통망 갖춘 출판사들
한국 작가들 작품 펴내려 경쟁
소설가 한강(54)의 노벨문학상 수상을 계기로 ‘한강의 기적’을 재현할 ‘포스트 한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 문단을 이끄는 작가들이 권위 있는 여러 해외 문학상에서 선전하고 있는 데다 지구촌 전역에 유통망을 확보한 글로벌 출판사들이 한국 작가 작품을 펴내기 위한 경쟁에 대거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14일 문학계와 한국문학번역원 등에 따르면 2016년 이후 한국 문학인의 국제 문학상 수상은 31건이다. 상을 받지 못했지만 후보에 오른 것까지 더하면 97건에 달한다. 그간 세계 문학계가 주도하는 흐름을 따라가는 데 바빴던 한국 문학계에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건 시인 고은(91) 정도가 전부였다.하지만 최근엔 한국 작가를 주목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었다. 시인 김혜순(69)과 소설가 황석영(81)도 해외에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고 있다. 등단 45주년을 맞은 김혜순은 지난 3월 시집 <날개 환상통>으로 미국도서비평가협회(NBCC)가 주는 시 부문 상을 한국 작가 최초로 받았다. 2022년엔 영국 왕립문학협회 국제작가로도 선정됐다.

황석영은 2019년 <해질 무렵>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1차 후보(롱리스트)에 오른 데 이어, 올해 최근작인 <철도원 삼대>로 최종 후보(쇼트리스트)에 올라 기대를 모았다.

한강을 필두로 한 30~50대 젊은 작가도 약진하고 있다. 보편적 정서를 다루면서도 특유의 역사성과 서정성이 돋보이는 한국 문학의 특징이 여성, 역사, 디아스포라(이주) 등에 주목하는 세계 문학의 흐름과 맞물리면서다. 백인, 남성, 서구 중심의 주류 문학 서사가 위주라는 비판을 받아들여 다양성을 추구하기 시작한 노벨문학상이 올해 수상자로 한강을 깜짝 선정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결과라는 분석이 많다.대표적인 작가로는 소설가 정보라(48)가 꼽힌다. 2022년 한국 출판시장 최고 화제작 중 하나인 호러 소설집 <저주토끼>로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다. 가부장제의 잔혹함을 괴물, 유령 같은 초현실적 요소로 이야기하는 작품은 잇달아 해외 판권 계약을 맺었다.

정보라와 함께 연작 소설집 <대도시의 사랑법>으로 부커상 후보에 오른 박상영(36)은 퀴어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한국 문단의 기대주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가 설립한 영국 출판사 틸티드악시스프레스가 판권을 사들였다. 장편소설 <고래>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천명관(60)도 힘 있는 서사로 주목받는다.

대산문학상 등 국내 주요 문학상을 휩쓴 소설가 조해진(48)은 문학평론가들 사이에서 세계 문학계에 가장 가까워지고 있는 작가로 기대받는다. 아동 그림책계의 노벨상으로 꼽히는 한스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한국인 최초로 수상한 이수지(50)도 국제적 인지도를 확보한 작가로 꼽힌다.공상과학(SF) 소설가인 천선란(31)의 <천 개의 파랑>, 김초엽의 <지구 끝의 온실>은 글로벌 대형 출판사와 계약을 맺으며 영미권 출간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유승목/임근호 기자 m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