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확 뒤집었다'…운동 효과 극대화한 300만원 삼성 제품

파워워킹 돕고 자세 교정…웨어러블 '삼성 로봇' 나온다
삼성전자 첫 B2C 로봇 '봇핏' 이르면 이달 출시

114조 헬스케어 로봇시장 공략
보행보조 넘어 운동기능도 탑재
모래주머니 단 듯, 내리막길 뛰듯
AI 트레이너가 강도 조절해 코칭
최종 가격은 300만원 안팎 추정

연말엔 공모양 집사봇 '볼리' 출시
"테슬라처럼 휴머노이드 개발할 듯"
삼성전자가 5년 넘게 준비한 웨어러블(착용하고 이동할 수 있는) 로봇 ‘봇핏(Bot Fit)’을 이르면 이달 출시한다.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걷는 걸 돕는 ‘보행 보조 로봇’으로 개발할 것이란 관측과 달리 허리와 허벅지에 착용하고 걸으면 운동 효과를 볼 수 있는 헬스케어 제품 형태로 나온다. 봇핏에 적용된 인공지능(AI) 트레이너가 사용자가 선택한 프로그램에 기반해 맞춤형으로 운동 강도를 조절하고 코칭해주는 게 핵심 기능이다. 삼성전자는 봇핏을 앞세워 2032년 114조원 규모로 성장할 헬스케어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모든 연령대 겨냥한 헬스 로봇

14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이달 첫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용 웨어러블 로봇인 봇핏을 출시한다. 2019년 시제품을 공개한 지 5년 만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실버타운 등에 봇핏 시제품을 공급해 제품을 테스트했다.

업계에선 봇핏이 고령자, 장애인 등 보행하기 어려운 사람을 돕는 보행 보조 로봇으로 출시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제품 개발 과정에서 봇핏의 성격을 걷기 운동 효과를 극대화하는 운동 보조 기기로 바꿨다. 헬스케어 로봇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점을 감안한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엑스퍼트마켓리서치(EMR)에 따르면 전 세계 헬스케어 로봇 시장은 지난해 127억달러(약 17조원)에서 2032년 841억달러(약 114조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AI·로봇 기술 집약체

봇핏은 AI와 로봇 기술의 집약체로 평가된다. 스마트폰에서 ‘삼성 봇핏’ 앱을 통해 구동할 수 있다. 봇핏에는 △파워 걷기 △인터벌 걷기 △속도 집중 걷기 △산책 걷기 등 4개 프로그램이 내장됐다. 파워 걷기는 ‘달리기’ 수준의 높은 운동 효과를 원하는 사용자에게 최적화한 프로그램이다. 사용자가 최장 60분으로 시간을 설정하면 모래주머니를 차고 걷는 것처럼 다리에 저항을 주는 ‘아쿠아’ 모드와 보폭을 넓혀 빠르게 걷게 하는 ‘부스트’ 모드가 교차 실행되며 운동 효과를 극대화한다. 이 과정에서 AI 트레이너는 사전에 설정된 ‘응원형’ ‘조언형’ ‘간결형’ 등의 성격에 따라 사용자 데이터를 분석하고 맞춤형으로 걷기 운동 정보와 팁을 제공한다. 속도 집중 걷기는 운동 효과보다는 보행 자세 개선에 초첨을 맞춘 모드다.봇핏은 평지에서 사용하도록 개발됐다. 봇핏을 착용하고 평지를 걸어도 프로그램에 따라 경사지와 계단을 오르는 운동 효과를 줄 수 있어서다. 삼성전자는 “평지가 아닌 곳에서 봇핏을 사용하면 신체에 무리가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중장기 목표는 휴머노이드

봇핏 가격은 300만원 안팎에서 결정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전자 로봇 엔지니어 출신이 창업한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위로보틱스도 지난 4월 출시한 보행 보조 로봇 ‘윔(WIM)’ 가격을 319만원에 책정했다.

삼성전자는 봇핏 출시를 계기로 소비자용 로봇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연말께 가정용 집사 로봇 ‘볼리’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볼리는 노란 공 모양으로 사람을 따라다니며 집에 있는 각종 가전기기 등을 제어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삼성전자는 B2C와 함께 기업 간 거래(B2B)용 로봇시장을 공략하는 ‘투트랙 전략’을 가동하고 있다. 튀김로봇, 커피로봇, 용접로봇 등을 개발하는 협동로봇 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에 약 877억원을 투자해 지분 14.7%를 확보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9년까지 지분을 59.9%까지 높일 수 있는 계약도 맺었다.

중장기적으론 삼성전자도 미국 테슬라와 피규어AI처럼 인간을 닮은 휴머노이드를 내놓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피규어AI에 수백만달러를 투자하는 등 휴머노이드에 관심을 쏟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최근 “반도체 공장에 투입할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하라”고 주문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전자는 로봇 전문 인력을 미래 기술 개발을 담당하는 삼성리서치와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에 배치해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내고 있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