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경고등' 해리스…흑인 등 돌리고 백악관과 불화설까지

초박빙 판세에 잇단 악재

흑인·히스패닉계 지지율
민주당 역대 후보 중 최저
트럼프는 지지율 상승세

"바이든이 해리스 행사 망쳐"
지지율 부진에 갈등설도 불거져
13일(현지시간)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이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유세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다음달 5일 미국 대선까지 20여 일 남겨두고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줄거나 경합주에서는 동률을 기록하며 초박빙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민주당 핵심 지지층인 흑인 및 히스패닉계 표심이 해리스 부통령에게서 멀어지며 민주당에 경고등이 켜졌다. 대선 후보 TV 토론 이후 고전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상승세를 타는 가운데 전폭적인 지원이 필요한 백악관과의 갈등설까지 불거지며 해리스 캠프 측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합주 지지율 두 후보 ‘동점’

13일(현지시간) ABC방송과 입소스가 지난 4~8일 전국 성인 263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오차 범위 ±2%포인트)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오르고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소폭 빠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10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첫 대선 후보 TV 토론에서 해리스 부통령이 더 잘했다는 평가가 우세했지만 이달 들어 두 후보 지지율은 격차가 크게 좁혀지거나 동률이 됐다.투표 의향층에선 해리스 부통령은 50%, 트럼프 전 대통령은 48% 지지율을 나타냈다. 등록 유권자 지지율은 해리스 부통령 49%, 트럼프 전 대통령 47%로, 2%포인트 차이가 난다. 같은 기관이 실시한 9월 조사에선 해리스 부통령이 4~5%포인트 차로 앞섰다. 특히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등 7개 경합주에선 두 후보 지지율이 49%로 같았다. ‘스윙보터’(부동층 유권자) 표심은 해리스 부통령이 49%, 트럼프 전 대통령이 44%로 5%포인트 차이를 보였다. 9월 같은 기관 조사에서 나타난 격차(10%포인트)보다 크게 줄었다.

이날 NBC방송과 ABC방송도 같은 기간 전국 등록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벌인 여론조사(오차 범위 ±3.1%포인트)에서 양자 대결 시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각각 48%로 동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한 달간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1%포인트 떨어지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4%포인트 올랐다. NBC방송은 “TV 토론 이후 공화당 지지자가 결집하고 재임 시기 평가가 긍정적으로 나오며 지지율이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애리조나주에서 국경순찰대원들과 함께 서서 연설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민주당 지지 약해진 흑인·히스패닉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예전 같지 않아 해리스 부통령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 여론조사(오차 범위 ±5.6%포인트)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 중 78%가 해리스 부통령을, 1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이는 과거 흑인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힘을 실어준 압도적 지지율에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0년 대선 때는 흑인 유권자의 90%가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지했다. NYT는 해리스 부통령이 이 간극을 좁히지 못한다면 근소한 표 차이로 핵심 경합주에서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떨어진 원인으론 민주당에 대한 ‘실망’을 지목했다.

이와 함께 히스패닉계 유권자에서도 해리스 부통령 지지 기반이 약해졌다는 의견이 나온다. NYT는 지난달 29일~이달 6일 히스패닉계 유권자 9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오차 범위 ±4.5%포인트)에서 “히스패닉계의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위험할 정도로 낮은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은 강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해리스 부통령 지지율은 56%로 과거 민주당 대선 후보 3명 중 가장 낮다.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히스패닉계 지지율은 2016년 28%, 2020년 36%, 최근 37%로 상승세다. 이번 조사에선 트럼프의 이민정책 공약에 대한 지지가 눈에 띈다고 NYT는 설명했다.

‘백악관 불화설’까지 나와

대선 판도가 갈수록 초박빙으로 치닫는 가운데 해리스 캠프와 백악관 간 관계가 악화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악시오스는 이날 10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해리스 팀과 바이든의 관계가 안 좋아지고 있다”고 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4일 바이든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즉석 기자회견을 연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해리스 부통령의 미시간 행사가 바이든 회견으로 가려졌다. 해리스 캠프 관계자는 “백악관에선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안상미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