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과 각 세우는 한동훈…20년 전 '정동영 데자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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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대선 주자로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게 주어진 조건은 2007년 대통합민주신당(현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선 정동영 의원과 비슷하다. 대통령 국정 지지율이 낮은 가운데 여당 대표로 활동하면서 현직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려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노경목 정치부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도 집권 3년 차인 2005년 20%대의 낮은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현재 윤석열 대통령과 비슷했다. 차기 대권을 노리는 처지에서는 마음이 급할 수밖에 없다. 두 사람 모두 장관 출신 당 대표라는 점, 대통령 인기 하락으로 선거에 참패한 뒤 차별화에 나섰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장으로 자신이 지휘한 2006년 지방선거에서 패배하자 ‘비노(비노무현)’로 돌아섰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 대표 역시 지난 4월 총선 이후 윤 대통령과 차별화의 길을 걷고 있다.그런 점에서 정 의원의 2007년 대선 성적을 보면 한 대표의 2027년 대선 성적표도 가늠해볼 수 있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정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에게 ‘더블 스코어’로 패배했다. 선거의 초점이 ‘현 정부 심판’에 맞춰지면 여당 후보가 아무리 차별화를 시도해도 제1 야당 후보가 더 경쟁력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그나마도 한 대표는 20년 전 정 의원보다 한계가 더 많다. 정 의원은 경력과 정치인으로서의 성장 배경이 노 전 대통령과 달랐고, 당내 대선 경선에서는 유력한 경쟁자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검찰 후배인 한 대표는 ‘윤석열 후광’을 업고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 대표와 친한계가 대통령실에 대한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현 정부와의 차별화만으로 점수를 따는 건 야당만 가능하다. 한 대표는 다르다. 윤석열 정부가 실패하면 자신의 대권도 없다는 점을 마음에 새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