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관람료 받는다…53년만에 유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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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장료 5000원 16일부터 적용한국을 대표하는 사립미술관 중 하나인 간송미술관이 53년간 유지했던 무료 관람 정책을 접고 전시 입장료를 받기로 결정했다. 소장품 보존과 관리, 미술관 운영을 위한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15일 서울 성북동 간송미술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술관 운영에 필요한 최소한의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전시 유료화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관람료는 성인 5000원, 청소년 및 어린이 3000원 등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됐다.간송미술관은 조선의 전설적인 미술품 수집가인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세운 미술관이다. 일제강점기 사재를 털어 훈민정음 해례본을 비롯한 국보급 유물들을 사들인 간송이 1938년 보화각 건물을 짓고 유물을 보관·전시한 게 시초다. 간송의 아들인 전영우 전 간송미술관장이 1971년 ‘겸재전’을 열면서 처음으로 대중에게 개방됐다. 이때부터 간송미술관은 계속 무료 관람 정책을 유지해 왔다. 전 관장은 “미술관 운영 지속을 위해 내린 불가피한 선택이니 너른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입장료 유료화는 오는 16일 개막하는 ‘위창 오세창: 간송컬렉션의 감식과 근역화휘’ 전시부터 적용된다. 이 전시는 독립운동가이자 문화재 수장가였던 위창 오세창(1864~1953)을 중심으로 간송미술관 소장품을 소개한다. 위창은 간송에게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중요성, ‘문화보국(文化保國)’의 정신을 가르친 평생의 스승. 전시에서는 그의 감식을 거친 문화재 총 108점과 함께 유물의 입수 경위, 수장 내력 등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다.이번 전시에 나온 혜원 신윤복이 그린 화첩 ‘혜원전신첩’(국보)은 위창의 손을 거친 대표적인 유물 중 하나다. 한때 일본으로 유출됐던 이 화첩은 1930년 간송이 구입해 새로 틀을 짠 후 위창이 발문을 쓰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발문은 이렇게 시작한다. “세상 사람들은 혜원의 그림을 소중히 여기는데, 풍속을 그린 그림을 더 소중히 여긴다. 그런데 이 화첩에는 30개나 되는 많은 풍속화가 있다. 일반 생활의 하나하나 모습이 종이 위에서 약동하니 눈부시게 큰 구경거리다.”2층 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는 ‘근역화휘(槿域畵彙)’는 위창이 조선을 대표하는 서화가들의 그림을 모아 편집한 화첩이다. 미술관은 “위창은 민족의 문화유산을 수집하고 보존하는 일을 평생의 사명으로 여겨왔다”고 설명했다. 전시장에는 이 화첩에 수록된 대표 작품들이 함께 나와 있다. 고려 공민왕이 그린 ‘양도’, 신사임당의 화훼초충도를 연상시키는 여성 화가 월성 김씨의 ‘서과투서’ 등이 대표적이다.
전시는 인터넷 예매 후 관람할 수 있다. 12월 1일까지 열린다.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