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출렁이는 유가…원유 ETN도 '롤러코스터'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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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정세에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중동 지역 정세가 하루가 다르게 변하면서 국제 유가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 원유 가격 상승·하락에 베팅하는 상장지수증권(ETN) 수익률도 덩달아 요동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국제 유가가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민감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다.
원유 ETN 수익률도 등락 이어져
"유가 하락·상승 모두 어려운 국면"
지난 15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유(WTI)는 배럴당 70.58달러로 전장 대비 3.25달러(4.4%) 하락했다. 12월물 브렌트유도 배럴당 74.25달러로 전일보다 3.21달러(4.14%) 떨어졌다. 국제 유가는 전날 2%대 하락에 이어 이날도 4%대 급락하며 낙폭을 확대했다. 이스라엘이 이란의 석유 시설을 공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다.앞서 국제 유가는 지난달 10일 연저점을 형성한 이후 이달 8일까지 상승 추세를 보여왔다. 중동 지역의 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탓이다.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감은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으로 시작됐다. 올 4월에는 이스라엘과 이란의 직접 충돌이 발생했으며, 지난 7월 이후 이란의 저항 축 세력에 속한 헤즈볼라와의 충돌이 본격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국제 유가는 중동 불안을 완화하는 소식에 상승분을 빠르게 반납하고 있다.
김광래 삼성선물 수석연구원은 "국제 유가는 이스라엘의 공격 방침이 군사시설로 사실상 확정됐다는 보도에 안도하며 그동안 이란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대부분의 상승분을 반납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상황 속 원유를 기초자산으로 삼는 ETN의 수익률도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16일까지 원유 ETN 중 '한투 블룸버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이 9.20%의 수익률로 가장 높았다. 이 ETN은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20.73%의 수익률에서 크게 하락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두 자릿수의 수익률을 거둔 11개의 원유 ETN은 현재 모두 한 자릿수로 떨어졌다. 반면 'N2 인버스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H(-8.54%)'과 '미래에셋 인버스 2X 원유선물혼합H(-8.17%)' 등 원유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ETN 9개 상품은 두 자릿수의 마이너스 수익률에서 한 자릿수로 하락분을 만회하기도 했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이어지고 있어 국제 유가는 앞으로도 높은 변동성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심수빈 키움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동 지역의 정세가 불안정해지면서 유가에 미치는 영향도 재차 확대되는 모습"이라며 "중동 지역 불안이 빠르게 해소되기 어려워 보이는 만큼, 당분간 유가는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성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쿠싱 재고가 밴드 하단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유가의 추가 하락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기존 추정 대비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는 국면임을 감안할 때, 공급의 큰 변화가 없다면 국제 유가가 크게 상승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판단했다.다만 국제 유가가 장기 관점에서 하락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올해와 내년 원유 수요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점도 유가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공급 우려 진정과 더불어 원유시장은 다시 펀더멘털과 수급에 주안점을 둘 공산이 크다"며 "2025년 말까지 평균 66.9달러의 구조적 유가 하락 전망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