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음악이 생생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느껴질 것"

인터뷰 -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

23일 예술의전당서 빈 필과 협연
"넬손스가 이끄는 빈 필은 처음
살아 숨쉬듯 유연한 연주할 것"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1번 공연
한국에 ‘연주 신동’ 사라 장(44)이 있었다면 일본에는 그보다 앞서 고토 미도리(53·사진)가 있었다. 6세 때 활을 잡은 미도리는 11세에 거장 주빈 메타의 눈에 들어 뉴욕 필하모닉 데뷔 무대를 가졌다. 14세에는 레너드 번스타인과 미국 탱글우드 페스티벌 무대에 섰다. 열정적인 연주로 현(絃)이 끊어지자 악기를 두 차례나 바꿔가며 혼신을 다한 천재 소녀에게 전 세계 음악계가 빠져들었다.

음악가뿐만 아니라 교육자, 음악을 나누는 선행가로 불리는 미도리가 서울에 온다. 오는 23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 공연(지휘 안드리스 넬손스)에서 협연자로 나선다. 미도리는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넬손스와 빈 필하모닉은 따로따로 호흡해 본 경험이 있지만 다 함께 연주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미도리는 1990년대부터 빈 필과 인연을 맺었고 4년 전에도 함께 연주했다. “빈 필과 처음 연주하고 나서 실내악으로 연주 투어를 다니면서 유대를 쌓기도 했어요. 지휘자 넬손스와도 여러 차례 협연했는데 그가 지휘하는 오페라를 자주 보러 다녔죠. 모두가 제게 도움을 준 감사한 동료예요.”

이번 공연에서는 프로코피예프 바이올린 협주곡 제1번을 연주한다. 그는 “소리가 이미지로 생생히 느껴질 만큼 강렬한 곡”이라고 했다.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닌 작품이죠. 손가락 유연성을 요구하는 프레이즈와 속도감 그리고 곡에 담긴 유머가 흥미로워요. 특히 2악장은 때로 신랄하고 유머러스하게, 예상치 못한 다양한 표현이 담겨 있어 예술적으로나 지적으로도 매력적입니다.”

그는 다양한 사람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전했다. 감사할 줄 아는 능력이 음악 활동에 큰 영감을 준다며 부지런히 준비하고 작곡가의 의도를 살리는 것이 동료 연주자와 작곡가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했다. “어릴 때부터 경험이 많고 존경받는 분들과 함께 일할 기회가 많아서 운이 좋았어요. 이들을 통해 음악을 만드는 과정과 음악을 보는 관점을 배웠죠. 음악을 통해 어떤 세계를 보는지, 이토록 변화하는 세상에서 음악가의 역할은 무엇인지 같은 것들이요.”연주하는 것 자체도 감사했다. “연주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매번 다르게 반응하게 돼요. 유연하게, 순간에 맞게 그 자리에 살아 숨 쉬는 것이죠. 순간순간 새로운 무언가를 경험할 수 있다는 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미도리는 오랜 시간 교육자이자 선행가로도 활동했다. 현재 미국 커티스음악원에서 학생 몇몇을 가르치고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과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미국 뉴욕 기반의 비영리단체 ‘미도리 앤드 프렌즈’를 운영해오고 있기도 하다. 일본의 ‘뮤직 셰어링’,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지원하는 오케스트라 레지던시 프로그램(ORP) 등을 통해 지역사회 곳곳에서 음악 교육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음악가 중에서는 윤이상과 진은숙, 신동훈의 음악에 매료돼 있다고 했다. 특히 윤이상의 음악을 듣고는 한국 전통 음악에 입문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판소리 공연도 자주 듣는다. “저는 한국어를 전혀 모르지만 리듬, 발음, 드라마, 표현 등을 통해 작곡가가 전하려는 게 고스란히 전달됩니다. 음악은 언어를 뛰어넘죠.”시간이 흐르면서 음악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물었다. “음악을 해석하는 과정은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깊이 연결돼 있어요. 모순적이게도 삶은 복잡하면서 동시에 단순해질 수 있고, 그런 인생의 여러 층위를 점점 받아들이는 것 같아요. 그렇게 삶이 흘러감에 따라 음악도 발전하는 듯해요.”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