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원유시설 공격 안해"…응징 수위 낮춘 네타냐후

바이든과 통화서 "군사시설 타격"
중동 전면전 우려 줄자 유가 급락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한 이스라엘이 핵·원유 시설이 아니라 군사 시설을 타격할 계획이라는 미국 언론 보도가 나왔다.

이날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 당국자들의 발언을 인용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지난 9일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통화하며 이란의 석유나 핵 시설이 아니라 군사 시설을 공격할 의향이 있다는 것을 전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선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만큼 공개적으로 핵 시설이나 석유 인프라를 표적으로 삼지 말라고 경고해왔다. 이날 이스라엘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미국 의견을 경청하지만, 국가적 이익에 따라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WP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전보다 온건한 태도로 논의에 임했다고 전했다. 특히 미국이 이스라엘에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포대와 추가 병력을 배치하기로 한 결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지난 13일 미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사드 및 미군 추가 배치를 발표하며 이스라엘 방어에 대한 미국의 철통같은 의지를 강조했다.

이스라엘이 공격 계획을 선회하며 미국은 안도할 수 있게 됐다고 WP는 분석했다. 이란 핵·원유 시설을 공격하는 것은 군사 시설을 공격할 때보다 국제 에너지 가격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확전 가능성이 커 미국의 직접적인 개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스라엘이 보복 수위를 크게 낮춘 만큼 미국 대선을 치르기 전에 이란에 대한 보복 공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게 소식통 설명이다.

이란은 지난 1일 이스라엘 영토를 겨냥해 탄도미사일 200여 발을 발사했다. 이스라엘이 재보복을 공언하며 이란의 원유 시설, 군사 시설, 핵 시설 등을 겨냥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이스라엘의 군사적 공격이 완화될 수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며 국제 유가는 3% 이상 하락했다. 미국 중부시간 기준 15일 오전 0시30분께 글로벌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12월물은 전장 대비 3.69% 내린 배럴당 74.60달러에 거래됐다. 11월 서부텍사스원유(WTI)는 3.71% 떨어진 배럴당 71.09달러를 나타냈다.

김세민 기자 unija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