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노벨경제학상도 인정한 韓 번영 원동력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

올해 노벨경제학상은 국가의 성공과 실패 원인을 연구한 미국 MIT의 다론 아제모을루 교수와 사이먼 존슨 교수, 제임스 로빈슨 시카고대 교수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포용적 제도를 지닌 국가는 번영하고 착취적 제도를 지닌 국가는 그렇지 못하다는 걸 체계적 이론과 광범위한 역사적 사례를 통해 제시해 세계적으로 주목받아 온 경제학자들이다. 특히 아제모을루와 로빈슨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남북한을 대표 사례로 꼽았다. 남북한이 같은 민족으로 지리적 위치와 자연환경이 비슷하고 오랜 기간 동일한 문화와 언어를 공유하고 있지만 한국은 경제 기적을 이룬 반면 북한은 경제적 재앙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 주목했다. 그러면서 정치·경제 제도의 차이가 남북한의 운명을 갈랐다고 봤다.

이들이 말하는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을 보장하는 시장경제, 공정한 경쟁과 법 질서, 민주주의 등이며 착취적 제도는 소수에게 부와 권력이 집중되는 독재나 권위주의 체제를 뜻한다. 포용적 제도가 뒷받침돼야만 사람들은 자신의 생산물을 남에게 부당하게 뺏길 수 있다는 두려움에서 벗어나 활발한 경제 활동을 하고 그 결과 생산성이 높아지며 혁신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한마디로 국가의 번영을 이끄는 원동력은 시장경제와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노벨상 발표 직후 기자회견에서도 이들은 한국의 경제 발전을 “바람직한 제도가 이뤄낸 대표적 성공 사례”라고 강조했다. 산업적 측면뿐 아니라 문화, 예술, K팝, 영화 측면에서도 왕성한 혁신이 일어나는 것 역시 한국의 포용적 제도의 산물이라고 했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의 원천을 노동 분업과 자유 무역에서 찾은 이래 국가의 번영과 쇠퇴는 오랫동안 경제학의 주제였다. 남북한의 성패를 가른 게 정치·경제 제도 차이라는 건 한국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이야기지만 그걸 일반이론으로 설득력 있게 풀어낸 이들이 올해 노벨경제학상의 주인공들이다. 포퓰리즘과 정치적 양극화로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원칙이 흔들리는 요즘, 국가 흥망성쇠의 비결을 다시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올해 노벨경제학상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