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폭탄 비웃듯…파리모터쇼로 달려간 中 자동차기업들

BYD·샤오펑·훙치 등 9곳 참여
"유럽 공장 세워 규제 우회할듯"

안방 지키기 나선 유럽기업들
佛르노, 가장 큰 부스 차려
현대차·기아 "틈새시장 공략"
중국 BYD의 중형 전기 세단 실(SEAL)
세계 5대 모터쇼 중 하나인 파리모터쇼가 14일(현지시간) 개막했다. 유럽 시장에서 공세를 강화하는 중국 자동차 브랜드와 안방을 지키려는 유럽 자동차 브랜드 간의 팽팽한 기싸움이 펼쳐졌다. 공교롭게도 이날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을 이달 말 시행할 수 있다는 유럽연합(EU) 당국자의 발언이 전해졌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한국 자동차 브랜드가 유럽 자동차 시장에서 반사이익을 얻을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엑스포 포르트 드 베르사유에서 열린 2024 파리모터쇼에는 비야디(BYD), 샤오펑, 훙치, 상하이자동차 등 중국 완성차 브랜드 9곳이 참여했다. 중국 브랜드는 전체 완성차 브랜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역대급’ 규모를 과시했다.
프랑스 르노의 준중형 전기 세단 메간(MEGANE) 신화연합뉴스
올해로 126주년을 맞은 파리모터쇼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관세 인상 추진과 맞물려 전 세계 이목이 쏠렸다. EU가 이달 말부터 중국산 전기차 관세를 최고 45.3%로 인상하는 계획을 시행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모터쇼에 불참한 BMW, 아우디 등 독일 브랜드도 모두 다시 돌아왔다. 안방을 사수하려는 유럽 브랜드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다. 르노그룹은 가장 큰 5000㎡의 부스를 차렸다.

유럽은 중국 자동차 브랜드가 그동안 가장 공들여온 시장이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중국산 전기차에 무역장벽을 두지 않았다. 그사이 중국은 세계 1위 자동차 수출국으로 성장했고, 유럽의 전통 자동차 강호들은 안방을 뺏겼다. 유럽자동차산업협회(ACEA)에 따르면 EU의 전기차 판매에서 중국산 자동차의 시장 점유율은 2020년 2.9%에서 지난해 21.7%로 급등했다.

뒤늦게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추진 중이지만 현실적으로 난관이 예상된다. 이날 파리모터쇼에서도 EU의 관세 계획에 불만이 잇달아 표출됐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스텔란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제조사들은 유럽에 공장을 설립해 관세 장벽을 우회할 것”이라며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의 유럽 진출로 유럽 역내 제조업체들이 일부 공장을 폐쇄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럽 업체들은 관세 인상보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보조금 등 조치가 우선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유럽 시장에서 국내 자동차 브랜드가 기회를 찾을지도 관심사다. EU가 중국산 전기차를 막으면 한국 브랜드엔 단기적으로 반사이익이 기대된다. 올해 상반기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8.2%로 지난해보다 0.5%포인트 내려가는 등 판매가 둔화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기아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EV3의 유럽 데뷔 무대로 파리모터쇼를 택했다. 기아가 파리모터쇼에 부스를 차린 것은 6년 만이다. 현대모비스도 유럽 시장 공략을 위해 처음으로 파리모터쇼에 참가해 전략제품 10종을 공개했다.

신정은 기자 newyear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