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 로봇, 산업현장 적용 장기플랜 필요"…전문가의 일침 [ABCD포럼]

2024 한경 디지털 ABCD 포럼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 과제 산적
'2024 한경 디지털 ABCD 포럼'이 15일 'AI와 로봇의 융합: 혁신과 변화의 미래를 설계하다'를 주제로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렸다. 한재권 한양대학교 ERICA 로봇공학과 부교수가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의 산업현장 활용 및 산업화 가능성'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우리 기업과 산업 현장 전반에 인공지능(AI) 로봇을 본격 도입하려면 과거 '5개년 경제개발계획'과 같은 '장기 플랜'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재권 한양대 에리카 로봇공학과 교수(에이로봇 최고기술책임자·사진)는 지난 15일 '2024 한경 디지털ABCD포럼' 직후 한경닷컴과의 인터뷰에서 "AI 혁명이 다가오는 지금 AI 혁명을 어떻게 단계별로 육성할 것인지 큰 그림을 그리고, 거기에 모두가 동의할 수 있도록 정부가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제조업의 경우 로봇 활용도가 이미 상당 수준 올라온 상황이다. 로봇 밀도만 봐도 인구 1만명당 로봇 개수는 우리나라가 세계 1위라고 했다. 그만큼 국내 산업 현장에선 로봇을 도입할 기반이 다져진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서비스 산업에선 로봇 활용이 저조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협동로봇이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부연했다.

한 교수는 "배송로봇의 경우 선진국과 비교하면 미국 샌프란시스코보다 너무 많이 늦다"며 "그 원인은 규제가 늦게 풀리기 때문인데 제도가 기술을 뒷받침하는 속도가 느려 스타트업들이 뛰어놀 공간이 좁은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규제 샌드박스' 같은 제도는 연속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그는 "규제 샌드박스는 6개월 정도 하면 끝나서 연속성이 없어 더 이상 진행되기가 어렵다"며 "단기적으로 규제 샌드박스 하나 해놨다고 규제를 푼 게 아니다. 앞으로 어떻게 가겠다는 장기 계획의 큰 그림 속에서 단계별로 전략을 짜서 가는 게 정부의 역할"이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안전과 혁신적 시도가 함께 갈 수 있도록 규제를 설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 교수는 "지금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들어도 법적으로 안전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쓸 수가 없는 게 현실"며 "안전도 중요하지만 특정 공간이나 특정 업종에서 규제 없이 마음껏 사용하는 방식의 공격적 시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제조업 스마트로봇, 서비스업의 협동로봇을 넘어 휴머노이드 같은 한 단계 높은 AI 로봇을 도입하려면 기업의 도전 정신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한 교수는 "로봇이 어디에 사용될 때 제대로 생산성이 나오는지는 현업에 종사하는 사람만이 알 수 있다"며 "로봇을 만드는 사람은 로봇만 만들 뿐이지, 정확히 어디에 쓰여야 하는지 모른다. 각 분야 현업에서 어떤 부분에 인간형 로봇을 시도해볼 것인지 생각의 방향을 바꿔보고 도전적으로 사용해보는 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