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규제 봇물…'사전 지정' vs '사후 추정' [광장의 공정거래]

규제방식보다 중요한 건 실효성
시장 획정부터 데이터 접근성까지 '악마는 디테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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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우리는 온라인 플랫폼이 지배하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쇼핑, 배달 음식, 이동, 검색과 같은 일상에서부터 여가 활동, 인적 교류, 경제 활동에 이르기까지 인간으로서 영위하는 모든 활동에 걸쳐 이제는 온라인 플랫폼이 없는 삶을 상상하기 어렵다.그러나 이 편리함의 이면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시장을 선점한 소수 플랫폼 사업자의 독과점이 심화할수록 경쟁사업자의 시장 진입이 어려워지거나 입주업체에 대한 불공정행위, 소비자 피해의 발생 등 승자독식에 따른 폐해가 가속화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온라인 플랫폼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과 같이 시장의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경쟁법 규제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이러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유럽연합, 미국, 일본 등 많은 국가의 경쟁 당국은 구글, 메타, 애플,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온라인 플랫폼 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를 정조준한 규제 법안을 도입하였거나 도입을 위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이른바 '게이트키퍼'로 불리는 시장지배적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 지정하여 규제하는 유럽연합의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DMA)이 그 대표적인 예다.

우리나라 정부와 국회 역시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발맞추어,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 거대 플랫폼 사업자의 행위를 규제하기 위한 법안 마련에 노력을 기울여왔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여러 플랫폼 업체들이 자사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경쟁사업자의 상품 또는 서비스 대비 유리하게 취급하는 '자사 우대 행위', 자사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의 경쟁 온라인 플랫폼 이용을 직·간접적으로 제한하는 '멀티호밍 제한 행위'와 같이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서의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규제해왔다.
온라인 플랫폼 분야에 특화된 경쟁법 제정안 기준. 출처: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지난 9월 9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온라인 플랫폼 분야 규제에 대한 입법 방향을 발표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유럽연합 DMA와 같이 특별법 제정을 통해 일부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해당 플랫폼의 법 위반행위를 규제하는 '사전 지정 방식' 대신, 공정거래법 개정을 통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의 일정한 법 위반행위를 사후적으로 추정하여 보다 강화된 제재를 적용하는 '사후 추정 방식'을 채택했다는 것이다.

이러한 공정위의 입법 방향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기존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 규제와 실질적으로 차별화된 효과를 달성할 수 있을지, 새로운 법률의 제정이 아닌 공정거래법의 개정만으로 플랫폼에 대한 실효적인 규제가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여러 가지 가치를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과제다.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혁신과 경쟁의 촉진, 관련 시장에서 발생하는 반칙 행위에 대한 규율, 그리고 경쟁법 집행의 효율성 도모 등 다양한 측면을 균형 있게 다루어야 한다.따라서 앞으로의 입법 과정에서는 그 형식보다는 내용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자 하는 온라인 플랫폼 규제 정책의 방향과 그 집행을 위해 고민이 필요한 여러 쟁점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지배적 플랫폼 추정 및 인정 요건, 관련 시장의 획정, 시장 데이터에 대한 접근성 등 구체적인 쟁점들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디지털 경제 시대, 온라인 플랫폼은 혁신의 엔진이자 공정한 경쟁의 장이 되어야 한다. 규제는 이 두 가지 가치가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여야 한다. 우리는 지금 온라인 플랫폼이라는 새로운 생태계에 적합한 규칙을 만들어가는 중요한 갈림길에 서 있다. 혁신은 장려하되 공정은 지키는, 그 균형점을 찾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선정호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ㅣ 현재 광장 공정거래그룹의 공동그룹장이다. 2008년부터 공정거래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며 기업결합, 부당공동행위, 시장지배적지위 남용행위, 불공정거래행위, 공정거래소송 등 다양한 업무를 처리했다. 특히 국내외 기업의 국제적인 카르텔 사건, 국내 및 해외 기업결합신고 사건, 불공정거래행위 사건 등 공정거래 이슈와 관련된 다수의 국제적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아태법률가협회(LAWASIA)의 반독점·경쟁법위원회 부의장, 국제경쟁네트워크의 합병 워킹그룹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2022년에는 공정위의 기업결합 법제 혁신 태스크포스 위원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