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크리스마스인데 어쩌나"…동네 빵집, 대목 앞두고 '초비상'

'식탁 위의 금' 된 버터

버터 가격 전년 대비 83% 급등
식품업체들 연말 대비 수요 급증
미국·EU는 가축성 전염병에 비상
우유·코코아·커피도 줄줄이 올라
한경DB
최근 버터 등 유제품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연말 대목을 앞둔 소규모 제과·제빵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유럽에너지거래소에서 11월 만기 버터 선물 가격은 톤(t)당 7300달러로 1년 전보다 53% 올랐다. 지난달 중순 사상 최고가인 8050달러를 찍은 뒤 소폭 내린 수치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유럽 버터 가격은 지난달 29일 t당 8706달러를 기록해 1년 전보다 83% 상승했다.
버터 가격 추이. t당 유로. 트레이딩이코노믹스
버터 가격이 급등한 것은 연말 물량을 쟁여두기 위한 식품업체들의 수요가 몰린 결과로 풀이된다. 연말 케이크 수요 증가 등에 대비해 대규모 식품업체들이 버터를 미리 사두기 때문에 버터 가격은 통상 매년 10월께 정점을 찍는다. 폴 포이뱅 프랑스 제빵·제과연맹 이사는 "대형 식품 회사들이 크리스마스 케이크·아이스크림 생산을 시작하기 전 버터 공급량 대부분을 충당했지만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는 소규모 생산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유 공급 부족 역시 버터 가격 상승의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 7월 EU 우유 원유 생산량은 전년동기 대비 0.53%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네덜란드, 독일 등 축사를 덮친 블루텅병의 영향으로 해석된다. 미국 농무부(USDA)에 따르면 블루텅병에 감염된 젖소는 9~10주 간 우유 생산량이 2파운드 가량 감소한다. 펴가 파랗게 변해 블루텅(Blue tounge)이라고 불리는 이 병에 걸린 가축은 발열·호흡 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다.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주 칼란차크 마을에서 지난달 27일(현지시간) 노동자가 완성된 버터를 박스에 옮겨담고 있다. 타스통신
지난 8월 미국 우유 원유 생산량 역시 전년동월 대비 0.0007% 감소한 188억1500만파운드로 집계됐다. 미국 농가는 젖소들 사이에서 퍼지는 조류독감 바이러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유·코코아·커피 등 가격이 모두 지난해보다 크게 오르면서 가계와 영세 베이커리의 부담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우유 가격은 전년 동월대비 34.09% 상승한 CWT(1CWT=50.8㎏) 당 22.54달러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코코아는 122.75% 커피는 66.22% 올랐다.

김인엽 기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