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열풍 어디까지… 유럽서 '채식주의자' 연극 '전석 매진'

이탈리아 극단이 이탈리아어로 각색
볼로냐, 로마, 밀라노, 파리 등에서 공연
국내에선 국립극단이 제작 시도
작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한강의 <채식주의자>를 원작으로 유럽에서 만들어진 연극의 이번달 공연 티켓이 모두 매진됐다. '한강 열풍'이 장르를 불문하고 해외에서도 지속되는 모양새다.

17일 출판계 및 공연계에 따르면 이탈리아 볼로냐 아레나 델 솔 극장에선 오는 25일 연극 '라 베지테리아나(La Vegetariana)'(사진)가 개막한다. 이탈리아 극단 INDEX가 한강 소설 <채식주의자>의 이탈리아어 번역본을 각색해 제작한 연극이다. 이탈리아어로 공연된다. 연극은 원작의 줄거리를 충실히 따라 총 3막 구성, 100분 짜리 공연으로 각색됐다. 어느 날부터 육식을 거부하며 가족들과 갈등을 빚기 시작하는 '영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가부장제의 폭력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이 공연을 기획하고 각색과 연출 등을 맡은 다리아 데플로리안은 원작 소설을 두고 "강렬한 이미지와 놀라운 색상, 충격적인 질문으로 가득 찬 감각적이고 도발적이며 폭력적인 텍스트"라며 "소설을 읽자마자 주인공 영혜에게 사로잡혔다"고 밝혔다.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연극도 덩달아 인기를 끌고 있다. 개막을 앞둔 아레나 델 솔 극장은 홈페이지 공연 소개에 "2024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한강의 작품"이라며 대대적으로 홍보 중이다. 이 연극은 현재 이번달 공연표가 모두 팔렸다. 오는 25~27일 볼로냐 공연과 더불어 29일 이탈리아 로마 바첼로 극장 공연 전부 매진 상태로, 간간이 나오는 취소표만 구할 수 있다. 표가 남아 있는 다음달 공연도 인기다. 이 연극은 이후 이탈리아 밀라노·토리노, 프랑스 파리·투르·툴루즈·샹베리·몽펠리에 등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한강의 대표작 중 하나인 <채식주의자>는 전세계 31개 언어로 번역돼 있다. 국내에 2007년 출간된 이 작품은 2016년 '세계 3대 문학상'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됐다. 이후 아이슬란드어, 갈리시아어, 타밀어, 말라얄람어 등 다양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폭력이란 인류 보편의 문제를 건드려 전세계 독자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단 평가다. 연극 '채식주의자' 제작은 국내에서도 추진된 바 있다. 국립극단은 앞서 2020년 벨기에 리에주극장과 공동으로 연극 '채식주의자' 제작을 시도했다. 당시 벨기에 출신 세계적인 연출가 셀마 알루이가 한강과 직접 만나 작품에 대해 논의까지 마쳤으나,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심화하며 공연 제작이 무산됐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사전 제작 단계에서 무산돼 모두가 아쉬워했던 상황"이라며 "한강 작가의 동의만 다시 얻는다면 극단은 재추진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2019년엔 소설 <소년이 온다>가 연극 '휴먼 푸가'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이 연극은 당시 평론가협회 '올해의 연극 베스트3'에 선정되기도 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