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세무조사에 의사들 압박감?…허탈한 국세청 직원들 [관가 포커스]

강민수 국세청장이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 뉴스1
“국세청의 리베이트 세무조사에 의사들이 압박을 느끼지 않겠습니까. 의정갈등이 해소되기 전까지 병원 대상 세무조사를 계속 늘릴 계획입니까?”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논란이나 오해 소지가 있다고 해서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습니다. 늘 하던 그대로 하겠습니다.” (강민수 국세청장)16일 국회에서 열린 국세청 대상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올 들어 의정갈등이 불거진 이래 국세청이 병원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를 늘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세청이 병원 대상으로 진행한 특별 세무조사 건수는 72건으로, 전년 동기(49건) 대비 47% 늘었다.

임 의원은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 건수는 세심히 관리했어야 한다”며 “국세청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했다. 병원 대상 리베이트 세무조사로 의사들이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임 의원의 주장이다. 의사들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를 사실상 유예해야 한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은 의사 등 고소득자의 탈세 혐의에 대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불법 리베이트 수수 행태가 만연한 의약품 및 건설·보험중개 등 3개 분야를 대상으로 고강도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리베이트(rebate)는 판매한 상품·용역의 대가 일부를 다시 구매자에게 되돌려주는 행위를 뜻한다. 통상 일종의 뇌물적 성격을 띤 부당고객유인 거래를 의미한다.국세청은 지난달 25일에도 의약품 등 47개 업체를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일부 의약품 업체는 의약품을 처방해 주는 대가로 병원 원장 부부의 고급웨딩홀 예식비, 호화 신혼여행비, 명품 예물비 수천만원을 대신 지급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국세청 관계자는 “고소득자의 탈세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의사 등 특정 직종을 겨냥한 정치적 세무조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강민수 국세청장도 이날 국감에서 “논란이나 오해 소지가 있다고 해서 할 일을 안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임 의원은 병원에 대한 세무조사가 의정갈등에 따른 정치적 세무조사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과거 영·호남 지역갈등이 있을 때 국세청은 불필요한 정치적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각 지역의 건수가 늘어나지 않도록 신중히 관리했다”고 말했다.임 의원은 국세청 공무원 출신이다. 국세청 조사기획과장과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장과 국세청 조사국장을 지낸 ‘조사통’이다.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지낸 후 2022년 7월 퇴직했다. 지난 4월 제22대 국회의원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해 당선됐다.

국세청 세무조사에 대해선 어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국세청 직원들은 이날 임 의원의 주장에 대해 허탈해 하고 있다. 한 팀장급 간부는 “임 의원은 직원들의 개인사정까지 꼼꼼이 챙길 뿐 아니라 꼼꼼한 일처리로 신망이 두터웠다”며 “의원으로 당선된 후 정치적 세무조사라고 주장하는 모습이 너무 낯설다”고 토로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