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유럽 무대 활약한 테너 박세원씨 별세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서울음대 명예교수

한국 오페라산업 발전에 큰 기여
전 서울시오페라단 단장, 테너 박세원씨가 16일 별세했다. 향년 77세.

박 전 단장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이던 이날 오전 4시께 복막염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년전부터 림프암을 진단 받고 치료중이었으나 최근 며칠 사이 급속도로 건강이 악화돼 중환자실에 입원했다고 유족은 전했다. 1947년생인 박 전 단장은 서울예술고등학교와 서울대 음악대학 성악과를 졸업(사사 안형일)했으며 이탈리아 로마 산타체칠리아 국립음악원을 졸업했다. 고인은 이탈리아에서 테너 지노 시님베르기(1913~1996)에게 정통 벨칸토 창법을 전수받았다. 시님베르기는 마리아 칼라스와 한무대에서 활약한 이탈리아의 테너 가수다.

고인은 1982년 밀라노의 콤파냐 디 오페라 이탈리아나(이탈리안 오페라컴퍼니) 오디션에 한국인 최초로 합격해 로마에서 공연한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에 주인공 만토바 공작 역으로 데뷔했다. 이후 수려한 외모와 정통 벨칸토 창법을 인정 받아 이탈리아와 독일, 덴마크, 스위스, 노르웨이 등 유럽 전역과 일본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주역 성악가로 활약했다.

박 전 단장은 푸치니의 <토스카>, 베르디의 <라 트라비아타>,<리골레토> 등 이탈리아 오페라 무대에서 주로 활약했으며 비제의 <카르멘>,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프랑스와 독일 오페라에서도 노래했다. 콘서트 무대에서는 영국 로얄 필하모닉, 프랑스 바스티유 오페라심포니, 폴란드 국립오케스트라, 러시아 모스크바 필하모닉과 베르디 <레퀴엠>, 모차르트 <레퀴엠>, 베토벤 교향곡 9번등을 협연했다. 1985년 세계무대에서 한국을 알린 성악가로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 옥관문화훈장을 수상했다. 이후 대한민국 음악가(성악부문)상, 대한민국 방송대상도 수상했다. 1991년 모교인 서울음대 성악과 교수로 부임해 여러 제자를 배출했으며 음악대학 부설 오페라연구소 소장을 역임했다.

2006년 서울시오페라단의 4대 단장 및 예술감독을 맡았다. 재임 시절 서울시오페라단은 3년에 걸쳐 ‘베르디 빅5시리즈’로 <리골레토> <가면무도회> <라 트라비아타> <돈 카를로>를 차례로 공연했는데 이 프로젝트는 누적 관객 4만8118명과 평균 유료관객 77.3%를 기록해 화제를 남겼다.

베르디 빅5시리즈 중 <라 트라비아타> 공연은 2008년 이탈리아 트리에스데 극장으로부터 초청을 받기도 해 베르디 오페라의 본고장 이탈리아에 서울시오페라단에서 제작한 오페라 프로덕션을 수출한 업적도 남겼다. 서울음대 명예교수이자 단국대 석좌교수인 박 전 단장의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 15호에 마련됐다. 발인은 18일 오전 11시 30분. 장지는 서울추모공원이다. 유족으로는 부인인 권경순씨, 딸 박소은씨와 사위 손상준씨 등이 있다.

조동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