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변, 경제 불평등 오히려 퇴보"…글로벌 전문가들 '쓴소리'

스탠퍼드 APARC-반기문재단 주최
'환태평양대화'서 산업·인프라 목표 논의
"유엔 지속목표 중 80% 정체 퇴보"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지난 10일 열린 제3회 ‘환태평양 지속가능성 대화(TPSD)에 참석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정치·경제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글로벌 사회에서 지역 갈등, 경제적 불평등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글로벌 지침인 ‘유엔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가운데 80% 이상이 정체 혹은 퇴보 현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각국 정부의 책임 있는 이행 의지와 시민의식 제고를 당부했다.

스탠퍼드대 월터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와 반기문 재단은 지난 10~11일(현지시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제3회 ‘환태평양 지속가능성 대화(Trans-Pacific Sustainability Dialogue·TPSD)’를 열고 SDGs 달성을 위한 과제를 논의했다.TPSD는 SDGs의 빈곤 퇴치, 기아 종식, 양질의 교육 보장, 기후변화 대응 등 17가지 글로벌 목표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2022년 시작됐다. 스탠퍼드대와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전문가 및 리더들이 모여 국가 간 연구 및 정책적 협업을 촉구한다. 올해 TPSD는 9번째 목표인 ‘산업, 혁신 및 인프라 구축’에 초점을 맞췄다.

전문가들은 “SDG 9 달성을 앞당기기 위해 세계 각국의 정치적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각국의 정치환경과 정책 입안자들의 의지 부족이 가장 큰 문제라는 것이다. 기조연설에 참여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은 “2030년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불과 6년밖에 남지 않았지만, 기후 위기, 지역 갈등, 경제적 불평등 심화 등 심각한 세계적 도전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치적 의지와 교육을 통해 달성 속도를 앞당길 수 있다”며 “법적 구속력이 없는 국제협약 특성상 결국 투표권을 가진 시민들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해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반 전 총장에 이어 기조연설에 나선 프랜시스 후쿠야마 스탠퍼드대 정치학 교수는 “야심 찬 목표보다는 어떻게 실행할지에 보다 집중해야 할 때”라며 “각 국가 차원의 후속 조치를 보장하고 이행되지 않았을 때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2024년 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SDGs 전체목표의 약 17%만이 정상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절반은 진전 속도가 미미하고 3분의 1 이상은 2020년 이후로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일부는 2015년 이전으로 후퇴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기욱 스탠퍼드대 교수(APARC 소장)는 “올해 TPSD에서 SDG 9 달성을 촉진하기 위해 가장 시급히 개입이 필요한 곳을 구체화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행사는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이화여대, 한국 환경연구원(KEI), 외교부 등이 공동 주관했다. 반 전 유엔 사무총장과 후쿠야마 교수를 비롯해 검버자브 잔당샤타르 몽골 국회의장, 김은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이 기조연설자로 참석했다.

실리콘밸리=이유정 기자/송영찬 특파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