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로 연간 의료비만 200兆…"건보·실손보험 개혁해야"

GDP의 9.4%… 1인당 489만원
간병 수요 증가로 부담 더 커질 듯
급속한 인구 고령화 등으로 우리나라 국민이 연간 지출한 의료비가 200조원을 넘어섰다. 의료비 지출 구조를 정상화하기 위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 등 의료제도 전반을 손질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국민보건계정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 경상의료비는 국내총생산(GDP)의 9.4% 수준인 203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경상의료비가 200조원을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1년 193조3000억원에서 1년 만에 10조6000억원 불어났다.

경상의료비는 전 국민이 한 해 동안 보건의료 서비스와 의약품 등에 지출한 금액이다. 건강보험 급여, 사적 부담 비용 등을 모두 포함한다. 2000년만 해도 경상의료비는 25조1000억원 수준에 그쳤다. 유례없는 속도로 진행되는 고령화와 맞물려 2010년 79조7000억원, 2020년 162조2000억원 등으로 불어났다. 2020년 들어 경상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 9.0%에 달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며 의료 수요가 확대되고,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비급여 시장이 커진 점도 의료비 증가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수가(의료서비스 대가)의 기반이 되는 환산지수가 필수의료 여부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인상된 게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 1인당 의료비 지출은 2021년 373만6000원에서 2022년 489만2000원으로 115만6000원(30.9%) 증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1인당 실질 의료비 증가율은 연평균(2010~2019년) 2.0%인 데 비해 한국은 이보다 세 배 가까이 높은 5.9%에 달했다.경상의료비를 재원별로 구분하면 정부 지출(36조1000억원), 건강보험(94조6000억원) 등 공공 재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64.1%에 달했다.

경상의료비는 고령화에 따른 간병 수요 증가로 더 커질 전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사적 간병비 부담은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22년 10조원으로 2.7배로 확대됐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부 교수는 “환산지수를 지금처럼 획일적으로 인상하는 것을 지양하고 필요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올려줘야 의료비 지출을 억제하고, 필수의료 분야 의사 유입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