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 지킨 한동훈, 재보선 다음날 "김여사 공개활동 중단해야"

다시 '尹·韓의 시간'

여사라인 쇄신·대외활동 중단
명태균 관련 의혹규명 협조 요구
"이번이 마지막 기회, 놓쳐선 안돼"

용산, 韓요청에 입장 안냈지만
"부족한 부분은 바꿔나갈 것"
내주 尹·韓 회동서 해법 나올 듯
< 전국 광역의원 만난 韓 >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전국 광역의원 연수’에서 환영사를 하기 위해 단상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건희 여사 논란이 당정 간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떠올랐다. 10·16 재·보궐선거 이후 처음 열린 여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대표가 김 여사와 관련해 △대통령실 인적 쇄신 △대외활동 중단 △의혹 규명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내걸면서다. 다음주 윤석열 대통령과 한 대표의 만남에서 문제를 어떻게든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권에서 높다. 당정 관계는 물론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도 김 여사를 사이에 둔 두 사람 간 논의에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강경한 요구 나온 배경은

한 대표는 17일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여사 관련 논란을 거론하며 “야당의 무리한 정치 공세도 있지만, 그간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 행동도 있었으며 의혹의 단초를 제공하고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민심이 극도로 나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이어 대통령실 내 김 여사 측근 인사들을 겨냥해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역시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 (김 여사가) 솔직히 설명해 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강경 발언에는 전날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된 당 지도부의 절박감이 작용했다. 국민의힘은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등 텃밭을 지켰지만, 야당과의 표 차가 2022년 대선 및 지방선거와 비교해 크게 줄었다. 한 대표는 “김 여사와 관련된 일로 모든 정치 이슈가 덮이는 것이 반복되면서 개혁 추진이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이 기회를 놓쳐선 안 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부족한 점이 많았음에도 (국민들이) 보내준 지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새로운 각오를 다지겠다”고 했다.

○고심하는 대통령실

한 대표의 요구에 대통령실은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부족한 부분은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 바꿔나가겠다”며 “어려움이 있더라도 4대 개혁과 저출생 극복 등 개혁 방안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미래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 여사를 겨냥한 비판에 부담스러워하는 한편 “어떻게든 변화의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전해졌다.이에 따라 한 대표와의 양자 회동에서 윤 대통령이 어떤 식으로든 김 여사 논란과 관련한 해법을 제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도 김 여사 관련 논란을 계속 덮고 지나갈 수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을 것”이라며 “마지막에 통 큰 결단을 내리는 특유의 스타일이 발휘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다만 한 대표의 발언 수위가 갈수록 높아지며 윤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르는 수준에 이르러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한 대표는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와 김 여사 관련 논란에 대해 “부끄럽거나 추한 모습이 드러나도 진상을 규명하겠다”고 강조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김 여사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린 데 대해서는 “검찰의 설명이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을 정도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국민 우려를 불식할 조치를 신속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경목/양길성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