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택시 믿었는데"…3년 동안 물타기 했더니 벌어진 일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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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We, Robot’ 행사의 의문점
(1) 로보택시, 언제 서비스 될까
머스크 “2026년 로보택시 3만달러 미만 생산
비감독형 FSD 내년부터 캘리포니아 등 서비스”
월가 “디자인 좋지만 서비스 스케줄 정보 부족”
운전대 없는 차량, 美 교통당국 허가 받아야
테슬라 아직 신청 안해… GM도 2년간 못 받아
일각 “머스크, 트럼프 지지로 규제 돌파 노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인근의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열린 'We, Robot' 행사에서 공개한 로보택시 '사이버캡'에 타기 전 손을 흔들고 있다. /테슬라](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1.38347775.1.jpg)
화려한 이벤트의 끝은 심란한 밤이었습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로보택시를 공개한 다음 날 주가는 전일 대비 8.78% 급락했습니다.테슬라 및 미국 투자 커뮤니티엔 한탄의 글이 쏟아졌습니다. 이중엔 지난 3~4년간 장기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들어 11% 하락했습니다. 4년 전 주가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S&P500지수가 23%, 나스닥지수가 24% 상승하는 등 미국 증시가 활황임을 감안하면 뼈아픈 성적입니다.
![테슬라 올해 들어 주가 추이. /야후파이낸스](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1.38347793.1.jpg)
![지난 15일 한 테슬라 투자자가 온라인 투자 커뮤니티에 올린 글.](https://img.hankyung.com/photo/202410/01.38353298.1.jpg)
로보택시 2027년 상용화 전망
이날 테슬라는 2인승에 2개의 버터플라이 도어가 달린 ‘사이버캡’을 선보였습니다. 운전대가 없는 완전자율주행 차량입니다. 머스크가 직접 사이버캡을 타고 등장했고 초청된 관객들도 시승 체험을 했습니다. 20인승의 자율주행차량 ‘로보밴’도 깜짝 공개됐습니다. 아쇼크 엘루스와미 AI 소프트웨어 부사장은 지난 16일 X(옛 트위터)에 “사이버캡 16대와 모델Y 29대가 스스로 운전해 2000명 이상의 승객을 1300회 운송했다”고 설명했습니다.당초 시장에선 테슬라가 로보택시 실물 공개를 넘어 구체적 서비스 스케줄을 밝힐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머스크는 “2027년 이전까지 로보택시를 3만달러 미만의 가격으로 생산하겠다”고만 언급했을 뿐 서비스 일정에 대해선 함구했습니다. 이어 “내년부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비감독형 FSD(Full-Self Driving) 서비스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다만 지난 수년간 완전자율주행을 달성하겠다는 머스크의 발언을 생각하면 이 계획도 지연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일론 타임’입니다. 과거 머스크는 로보택시 서비스 시기는 FSD의 발전에 달렸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개리 블랙 퓨처펀드 공동창업자는 “머스크가 감독형 FSD를 어떻게 비감독형으로 전환할 것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부정적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We, Robot’ 행사에 참석한 에디슨 유 도이체방크 연구원은 지난 11일 “세부 정보가 부족했고 사이버캡의 시험 주행 코스가 짧았다”면서도 “테슬라가 자율주행과 인간형 로봇 분야에서 성공할 것이라 확신한다”고 밝혔습니다. 그의 테슬라 목표주가는 295달러입니다.
규제 문제는 없나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는 미국 피닉스, 샌프란시스코, LA 등에서 로보택시를 운영하고 있지요. 2018년부터 서비스를 시작했으니 벌서 6년간 자율주행 노하우를 습득한 셈입니다. 월가에선 테슬라가 로보택시 행사에서 웨이모처럼 서비스를 시작할 도시와 규제당국의 면허 신청 현황 등을 공개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머스크는 이에 대해 어떤 것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자동차 업체가 이 허가를 면제받는다면 시범적으로 연간 2500대만 배치할 수 있습니다. 로보택시를 양산해 판매까지 한다는 테슬라의 계획을 고려할 때 너무 적은 양이지요. 그나마도 NHTSA는 지난 15일 테슬라가 사이버캡의 허가 면제 신청을 한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테슬라는 운전자가 탑승한 상태로 자율주행 기술을 시험할 수 있는 캘리포니아주 허가만 보유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NHTSA는 18일 테슬라 차량 240만대를 대상으로 FSD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로이터에 따르면 가시성이 낮은 상황에서 FSD와 관련된 4건의 충돌사고가 있었고 이중 1건은 치명적 사고였다는 게 조사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머스크가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등 정치적 방법을 동원해 자율주행 규제를 돌파하려 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2편 ‘저가형 모델은 어디에’서 계속▶‘테슬람이 간다’는
‘모빌리티 & AI 혁명’을 이끄는 혁신기업 테슬라의 뒷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도 큰 탐구 대상입니다.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X 사용자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합니다. 아래 기자 페이지를 구독하면 매주 기사를 받아볼 수 있습니다.
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